무시로 쿵쿵거리고 음악 크게 틀어…법원 명령에도 '요지부동'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2년여간 '층간소음'을 유발한 가해 가족에게 처음으로 '거주지 출입금지'라는 법원의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피해자는 결국 최장 반년이 걸리는 경찰 수사에 기댈 수밖에 없어 제도상의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7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공동체 분쟁해결 법원(CDRT)은 2년 넘게 소음을 유발해 위층 주민의 생활을 방해한 부부에게 처음으로 '주거지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당사자에게 발효일부터 주거지를 떠나 한 달간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법원의 '출입금지 명령'이 내려지기까지 지난 2년여는 다니엘 시(29)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다.
아래층 가족으로부터 층간 소음의 악몽에 시달린 것은 2017년 11월 사건이 발단이었다.
시씨는 이 가족의 부인이 쇠막대로 계단 난간을 내려치며 시끄럽게 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그때부터 '보복'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와 장성한 두 자식은 시씨가 집에 있을 때 발을 구르거나 벽을 치는 것은 물론 구멍을 뚫거나 음악을 크게 트는 방식으로 보복했다. 시간도 가리지 않았다.
시씨는 경찰은 물론 싱가포르주택개발청(HDB), 지역위원회 그리고 지역구 의원에게까지 호소했지만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결국 이듬해 6월 CDRT에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양 측은 서로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과도한 소음을 발생하지 않겠다는 '동의 명령'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가족은 합의를 어겼고, 지난해 6월 CDRT는 시씨의 2차 소송에 대해 합의 준수를 촉구하는 '특별 명령'을 내렸다.
이 가족이 이마저도 따르지 않자 법원은 결국 최종 단계인 '출입 금지 명령'을 발동했다.
출입 금지 명령이 내려진 날 망치질 소리는 일단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집을 떠나라는 법원 결정에는 불응하면서 변호사를 고용해 싸우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최종 명령마저 거부해도 법원은 더는 손을 쓸 수가 없는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시씨는 경찰 수사를 명령하는 치안판사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법원 명령 불응 등이 유죄로 판명되면 이 가족에게는 최대 5천 싱가포르 달러(약 430만원)의 벌금 및(또는) 최장 3개월 징역형이 내려진다.
그러나 시씨는 신문에 "치안판사는 경찰에 수사를 지시했지만, 경찰은 최장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CDRT는 이런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법원에서 세 차례나 명령이 내려졌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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