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가 새 베네수 국회의장 선임 강행했으나 美는 '과이도 지지'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맞서다 국회 출입까지 저지당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한 지지를 거듭 천명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6일(현지시간) 과이도 국회의장과 10여분간 통화를 하고 그를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전날 마두로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를 장악하기 위해 과이도 국회의장과 야당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아 의장 연임을 저지한 데 대한 반응이다.
친(親) 마두로 성향 의원들은 표결 없이 루이스 파라 의원을 새 국회의장으로 선임했으나, 국회에 들어가지 못한 야당 의원들은 몇 시간 뒤 야권 성향 언론사에 모여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과이도를 다시 의장으로 재선임했다.
이날 통화는 '한 나라 두 대통령'에 이어 '한 나라 두 국회의장'이라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미국이 거듭 과이도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두로 정권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클 코작 미 국무부 차관보도 전날 2018년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부정 의혹이 있다며 과이도 의장을 계속해서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을 포함해 약 60개국이 과이도 의장을 국가 지도자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초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 하루 전 그에게 미국의 지지를 약속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축출 노력에 앞장서는 등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과이도 의장과 콜롬비아에서 만나 그를 베네수엘라의 진정한 지도자라고 부르며 "우린 100% 당신과 함께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백악관에 직접 과이도 의장의 아내를 초청해 만나거나, 과이도 의장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라며 유엔 안보리를 압박하기도 했다.
한 소식통은 펜스 부통령이 지난달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 베네수엘라 전략을 구상하고, 마두로 대통령에게 더 큰 압박을 가하는 옵션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 외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중남미 담당인 모리시오 클래버-카로네 등이 미 행정부 내에서 과이도 의장을 강력하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의 이러한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기간 베네수엘라 문제에 집중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은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노력이 연이어 실패하자 행정부 관료들이 세운 베네수엘라 전략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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