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의 연정안, 카탈루냐 민족주의 정파 도움에 2표차로 겨우 통과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초 연립정부…의회 과반 미달로 정국운영 어려움 예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의 좌파 연립정부 구성안이 7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했다.
1975년 스페인이 민주화된 이래 연립정부가 출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새 정부는 부자 증세, 최저임금 추가인상,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 철회 등의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스페인 하원은 7일 사회노동당(PSOE)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의 정부 구성안을 전체 회의 표결을 거쳐 승인했다.
하원은 표결에서 전체 350표 중 찬성 167, 반대 165, 기권 18표로 산체스 임시 총리가 이끄는 사회노동당이 제출한 정부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은 급진좌파 성향의 포데모스(Podemos)와 연립정부를 꾸려 새 정부를 공식 출범한다.
스페인에서 의회의 승인을 거쳐 정식으로 정부가 출범하는 것은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9개월 만이다.
스페인은 작년 한 해에만 두 번의 총선을 치렀다.
사회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최대 라이벌인 우파 국민당(PP)을 누르고 제1당이 됐지만, 과반 의석을 얻지 못했고 급진좌파 정당인 포데모스와 연정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부 구성이 무산됨에 따라 11월 다시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당은 하원 전체의석 350석 중 120석을 얻어 제1당 지위를 지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사회당은 이번에는 극우정당 복스(Vox)가 원내 제3당으로 도약하는 등 극우의 약진에 밀려 직전 총선 때보다 의석수가 3석이 줄었고 과반 의석에도 또다시 미달했다.
두 좌파정당은 그러나 이번에는 총선이 치러진 지 이틀 만에 연정을 구성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사회당은 포데모스와의 연립정부 구성안을 하원에서 지난 5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표결에 부쳐 2표 차로 겨우 통과시켰다.
표결에서 사회당이 가까스로 정부 구성안을 통과시킨 것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소수정당 카탈루냐 좌파공화당(ERC)이 반대투표를 하지 않고 기권한 것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사회당은 ERC가 정구 구성을 막지 않은 것의 대가로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카탈루냐의 미래에 대한 공식 대화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카탈루냐 유권자들에게 묻기로 했다.
하지만 하원의 사회당과 포데모스 의석수는 총 155석으로 과반선인 175석에서 20석이 부족해 향후 정국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회당과 포데모스는 최저임금 추가 인상, 부자 증세, 노동 유연화 철회 등 본격적으로 좌파 성향의 정책 추진에 나서기로 이미 합의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최저 임금을 월 1천50유로(136만원 상당)로 22% 인상한 데 이어 2024년까지 근로자 월평균 급여의 60% 수준(1천970유로. 현재 기준 256만원 상당)으로 추가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새 정부는 연 13만 유로(1억7천만원 상당)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하고 법인세 최저한도를 15%로 설정하는 한편, 은행과 에너지기업에는 18%의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등의 증세도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2012년 우파 정부가 도입한 기업의 해고 권한 확대 등 노동 유연화 방안의 철회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최대 경제단체인 경영자총연합회(CEOE)는 이런 구상에 대해 "포퓰리즘에 가까운 프로그램으로 일자리 창출 등 스페인 경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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