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사망 시간 맞춰 공격·트윗 등 美와 동일하게 대응
'비례적 대응' 강조…"이란 국민 공격한 미군 기지에 방어적 조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혁명수비대가 8일(현지시간) 새벽 1시20분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이란 군부의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3일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지 닷새만이다.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피살 뒤 줄곧 '비례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당한 만큼 미국에 그대로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쿠란(이슬람 경전)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와 맞닿는다. 키사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로 비이슬람 권에도 잘 알려진 비례 대응의 원칙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심지어 공격 개시 시간(8일 오전 1시20분)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폭격당해 죽은 시각과 정확히 맞춰 키사스 원칙을 부각했다.
이란의 서방에 대한 외교·협상 정책의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대응은 지난해에도 실행됐다.
지난해 7월 이란 유조선이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에 억류되자 보름 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영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당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21일 "영국의 도적질을 그대로 돌려줬다"라고 억류의 배경을 규정했다.
서방의 압박에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비례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또 유럽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고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서서히 발을 빼자 이란은 미국과 달리 단번에 이를 탈퇴하는 대신 같은 수위로 핵합의 이행 수준을 단계적으로 줄였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미사일 공격에 대해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장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과 고위 군인을 겨냥한 비겁한 공격을 감행한 (미군) 기지에 대해 방어적인 비례 대응을 한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리프 장관이 이 트윗 역시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했을 때 미국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장본인을 '제거'했다면서 자위적 조처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을 키사스 식으로 그대로 되받은 것이다.
이란의 이런 태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의 공격에 '불균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것과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균형 대응은 이란의 공격으로 입은 피해의 몇 배로 갚아주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란의 정치, 군사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던 인물인 만큼 이란이 어느 수준의 보복을 그의 죽음에 '비례'하는 것으로 보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우리의 보복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이란 군부의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이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은 한 번씩 큰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제 미국에 공은 넘어간 셈이어서 미국의 대응에 중동 정세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미사일 공격에 미국이 반격하면 더 강한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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