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출구전략 해석도…이란의 직접 미사일 발사는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란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이란이 공격을 신중하게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새벽 1시 20분께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 등 미군이 주둔한 군사기지 최소 2곳에 탄도미사일 십수발을 쏜 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숨지게 한 미국을 향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번 공격으로 미국 측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지만 이란 국영방송은 미군 80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미국 쪽에서 미군 인명피해가 발표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 '괜찮다'고 한 것을 보면 이란이 굉장히 신중하게 공격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은 전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모하게 확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란 국민이 주시하는 만큼 이란 지도부가 미국에 '복수'를 빨리 한 뒤 출구전략을 찾으려는 전략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장 센터장은 앞으로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중동 내 친이란 세력들이 미국과 친미 국가들에 대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헤즈볼라 등 친이란 조직들은 자기들에게 돈을 대준 솔레이만 사령관의 사망과 관련해 충성심을 보일 타이밍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규모 비대칭전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의 공격과 관련해 진실게임 양상인데 일단 미국 쪽 사망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며 "이란이 절제된 도발을 한 것에 가깝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들도 최첨단 무기가 아니라 '낡은 버전'이다"라고 밝혔다.
인 교수는 앞으로 미군과 이란이 충돌 전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수위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세계전략센터'의 파이살 이타니 부소장도 외신 인터뷰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해 "매우 신중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이타니 부소장은 "이란은 체면을 세울 만큼 극적이면서도, 미국의 압도적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의 악순환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절제된 반응이 필요했다"며 "이번 공격은 (복수로) 인정받을 만큼 스펙터클하지만 미국이 그 대응으로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는 않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란이 미국 기지를 직접 공격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남식 교수는 "이란이 이라크 내 대리 세력이 아니라 본토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테러조직이 아니라 특정 국가가 미군을 직접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쏘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는 솔레이마니 장례식에 모인 인파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보고 미국에 대한 공격을 세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몰리지 않았나 싶다"고 부연했다.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에 대한 전문가인 필립 스미스는 이날 AFP와 인터뷰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해 "긴장을 크게 고조시키는 것"이라며 "이란이 미국인 표적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새로운 국면"이라고 우려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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