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가계 순자금운용 17조6천억…"주택구입 감소 영향"
기업은 투자 줄였어도 수익악화에 순자금조달 7년만에 최대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가계대출을 조인 영향으로 작년 3분기 가계의 여유자금이 1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은 투자를 줄였는데도 수익이 크게 줄면서 부족한 재원을 빚으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중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7∼9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 부문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17조6천억원으로 2018년 3분기(12조원)보다 5조6천억원 증가했다.
자금순환 통계란 일정 기간에 발생한 돈의 흐름을 경제주체와 금융자산별로 기록한 것으로, 해당 기간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총괄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통계항목에서 자금운용은 금융자산의 순취득을, 자금조달은 금융부채의 순발행을 가리킨다.
작년 3분기 가계의 순자금 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이 양(+)의 값을 나타낸 것은 금융자산의 순취득액이 금융부채의 순발행액보다 더 컸다는 뜻이다.
작년 3분기 가계의 자금운용(금융자산 순취득) 규모는 39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4천억원 늘었다.
통상 가계소득에서 가계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돈이 자금운용에 해당한다.
반면 가계의 자금조달(금융부채 순발행)은 21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3천억원 줄었다.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가 늘고 자금조달 규모는 줄면서 결과적으로 여윳돈이 많이 늘어나게 된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자금조달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주택 등 부동산 구매를 위한 자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자금운용 변화를 금융자산별로 살펴보면 금융기관 예치금 순취득액이 25조9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조7천억원 늘었다.
보험 및 연금준비금 순취득액은 10조1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4천억원 줄었고, 채권 순취득액은 4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줄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증시 부진으로 작년 3분기 중 자금운용액이 7천억원 순감했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저금리 환경 속에서도 가계 부문 자금이 안전한 예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어려웠던 경기 여건은 작년 3분기 비금융법인기업(이하 기업)의 금융거래 현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18조9천억원으로 2018년 3분기(8조8천억원)보다 10조1천억원 늘었다. 2012년 2분기(26조7천억원) 이후 7년 3개월만에 가장 많은 순자금 조달 규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작년 3분기 기업의 자금운용(금융자산 순취득) 규모가 9조8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조8천억원 감소했다. 경기 악화로 기업 수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은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도 4.9%로 전년 동기(7.2%) 대비 하락했다.
기업은 자금조달(금융부채 순발행) 규모도 줄였다. 작년 3분기 기업 자금조달은 28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50조4천억원) 대비 21조7천억원 줄었다.
작년 3분기 민간 부문 투자가 부진했던 게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 감소로 반영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조달 규모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순자금 조달이 늘어난 것은 수익성 둔화로 기업의 자금운용 여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작년 9월 말 현재 국내 비금융부문의 순 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은 2천761조3천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6조원 감소했다. 작년 3분기 중 국내 주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국외 부문 금융자산까지 포함한 모든 경제 부문의 총금융자산은 작년 9월 말 현재 1경8천400조1천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54조9천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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