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천만 중국 장쑤성에 빈곤층이 고작 17명이라니

입력 2020-01-09 12:44  

인구 8천만 중국 장쑤성에 빈곤층이 고작 17명이라니
장쑤성 정부 '빈곤 탈피' 선언에 누리꾼 "과연 믿을 수 있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빈곤 퇴치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빈곤 탈피'에 성공했다고 선언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장쑤(江蘇)성 정부는 전날 성내 빈곤층의 99.99%에 달하는 254만 명이 빈곤 탈피(脫貧)에 성공해 이제 빈곤층은 6가구, 17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이 가운데 4명은 질병으로 인해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장쑤성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연간 소득이 6천 위안(약 100만원)을 넘어서면 빈곤층에서 탈피한 것으로 본다.
지난 2012년 말 집권한 후 시 주석은 빈곤 퇴치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으며, 올해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놨다.
이에 중국 중앙정부와 각 지역 정부는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빈곤 퇴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난해 빈곤 퇴치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1천261억 위안(약 21조원)에 이르며, 이는 5억6천400여만 명이 거주하는 농촌 지역에 주로 배정됐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 빈곤층의 수가 2018년 말 1천660만 명으로 줄었으며, 지난해에는 이 가운데 1천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장쑤성 정부의 빈곤 탈피 선언에 중국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장쑤성의 경제적 위상으로 볼 때 빈곤 탈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 동부 해안지역에 있는 장쑤성은 수출 제조업이 발달해 경제 규모가 광둥(廣東)성에 이어 중국 내 2위이다. 지난해 1∼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4% 성장해 7조2천200억 위안(약 1천200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장쑤성 정부가 발표한 수치의 정확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누리꾼도 많았다.
인구 8천만 명의 장쑤성에 빈곤층이 17명에 불과하다는 발표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얘기이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장쑤성에는 오직 17명의 빈곤층만 있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우연의 일치로 나는 그 17명 중 한 명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전날 밤까지 이 해시태그는 웨이보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 3위 내에 들었다.
하지만 이 해시태그는 곧바로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사라졌고, 장수성 빈곤 퇴치 책임자의 발언을 다룬 지역신문 양자만보(揚子晩報)의 기사도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서 세계은행에 의해 '중간소득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의 빈곤층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빈곤층 기준은 하루 소득으로 따져 1.9달러(약 2천200원)에 불과하며, 만약 이를 3.2달러(약 3천700원)로 올릴 경우 3천만 명 이상이 빈곤층으로 재분류될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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