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신용등급 하락 우위 강도, 3년 만에 심해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작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저하됐으며 이는 금융위기 때보다 급격한 변화라는 신용평가회사의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이 상승하는 기업보다 더 많은 현상이 계속됐으며 신용등급 하락 우위 강도는 작년보다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업체 한국기업평가[034950]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2020년 주요 산업 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발표를 맡은 송태준 한기평 평가기준실장은 "작년 신용등급 하락 우위의 강도가 심해졌다"며 "그 배경은 무엇보다도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 실적 저하"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상장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융위기 때도 기업 실적이 이 정도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으며 이는 매우 이례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송 실장은 "상장 기업들의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가량 감소했다"며 "최근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005930]도 연간 누적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높인 기업은 12곳에 그쳤으나 낮춘 기업은 21곳에 달했다. 이에 따라 등급 상승 기업 수를 하락 기업 수로 나눈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0.57배를 기록해 1을 밑돌았다.
한기평의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2015년 0.16배를 기록한 이후 2016년 0.45배, 2017년 0.63배, 2018년 0.88배 등 3년 연속 상승했으나 작년에는 다시 하락한 것이다.
아울러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이 1을 밑도는 현상은 2013년(0.54)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이어졌다.
이에 대해 송 실장은 "7년째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오른 기업보다 많았는데, 이는 과거에 목격하기 어렵던 현상"이라며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비교적 등급이 높은 'BBB-'급 이상 '투자 등급' 기업들은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이 2017년 1.11배, 2018년 1.75배를 기록해 2년 연속 1을 넘었으나 지난해는 0.71배로 급락했다.
2017∼2018년에는 투자 등급 기업 가운데 등급이 오른 기업이 떨어진 기업보다 많았지만, 2019년에는 떨어진 기업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송 실장은 올해 신용등급과 관련한 주요 요소로 개별 기업들의 실적 회복 정도와 재무 부담 통제, 미·중 무역 분쟁 재발 여부, 국내 총선과 미국 대선, 중동 불안 등을 꼽았다.
아울러 올해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는 전체 28개 산업 분야 가운데 24개는 '중립적', 4개는 '부정적'이며 '긍정적'인 분야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분야는 생명보험과 부동산 신탁, 디스플레이, 소매유통 등이다.
다만 송 실장은 "조선이나 건설업 등 취약한 업종의 구조조정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대부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며, 올해 안에 국내 기업들의 연쇄적인 부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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