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 교환 토큰 실험으로 확인…같은 앵무도 종마다 차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 줄 아는 것은 인간과 유인원만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회색앵무'(African grey parrot)도 남을 돕는 이타적 행동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져 이런 통념이 깨지게 됐다.
생물학 저널 '셀(Cell)'을 발행하는 '셀 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막스 플랑크 조류학연구소'의 데지리 브루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회색앵무가 동료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점을 확인해 셀의 자매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를 통해 발표했다.
앵무는 까마귀처럼 몸집과 비교해 머리가 크고 짝을 맞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날개 달린 유인원'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까마귀의 경우 앞선 연구에서 사회적 지능을 갖고 있지만 다른 까마귀를 돕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브루크스 박사 연구팀은 앵무도 같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회색앵무와 '푸른머리 마코앵무'(blue-headed macaws) 등 두 종(種)을 대상으로 토큰을 제시하면 견과류를 주는 상황을 설정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회색앵무만 동료 앵무가 견과류와 바꿀 토큰이 필요할 때 이를 건네줄 줄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색앵무는 8마리 중 7마리가 첫 실험에서 동료 앵무가 견과류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자발적으로 토큰을 건네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 이전에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것도 아니고 나중에 역할이 바뀌어 토큰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상황에서 토큰을 건넨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점은 회색앵무가 "즉각적으로 이익을 얻거나 추후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도움을 제공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회색앵무가 상대방이 도움이 필요한 때를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상대 앵무가 토큰으로 견과류를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때만 토큰을 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토큰을 제공지 않은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또 회색앵무가 상대 앵무가 친구건 아니건 토큰을 제공하지만, 친구일 때 더 많은 토큰을 제공해 친숙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푸른 머리 마코앵무는 이런 능력을 보이지 못했는데, 이는 야생에서 두 종의 사회조직이 차이가 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동물 사이에서 도움을 주는 행위가 인간과 유인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앵무 사이에서도 독립적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앵무 393종 중 남을 돕는 행위를 할 줄 아는 종이 얼마나 되고, 무엇이 이런 개별적인 진화를 가져왔는지는 앞으로 규명돼야 할 연구과제로 제시됐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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