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긴장 속 북 안심시키며 상황관리…'+α메시지' 있을지 주목
작년에는 김정은이 트럼프에 생일축하 친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일 축하 메시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또 한 번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
마침 김 위원장의 생일인 8일(현지시간) 방미 중이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깜짝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다.
지난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생일축하를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서도 김 위원장의 생일을 '잊지 않고' 축하하며 대북 문제에 대한 톱다운 해결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즈음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생일축하 친서를 보낸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답신을 보내며 화답했고 '하노이 노딜' 여파에 따른 교착국면 속에서 이뤄진 톱다운 소통은 지난해 6월 말 판문점 깜짝 회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비마다 '친서외교' 등을 통해 교착을 뚫었던 북미 정상이 이번에도 톱다운 대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메신저' 역할을 부탁하면서 남북미 간 톱다운 해법이 다시금 가동되는 흐름도 연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축하 메시지 전달은 김 위원장이 한국시간으로 1일 '새로운 전략무기'를 거론하며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를 시사, 대미 강경 노선을 밝힌 가운데 이뤄졌다.
북한이 예고한 '성탄절 선물'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미 당국은 ICBM 시험 발사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비하며 '오늘 밤에라도 싸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을 만난 지난 8일은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로 미·이란 간 갈등이 일촉즉발로 치닫던 가운데 대국민 연설을 통해 확전을 가까스로 피했던 숨 가쁜 날이었다. 더욱이 백악관에서 한미일 3자간 고위안보 협의가 열리던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좀 보자"고 '호출'하면서 즉석에서 이뤄진 극히 이례적인 면담이라 그만큼 '특별한 메시지'가 있었던 것인지 등을 놓고 관심이 쏠린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 전달은 정 실장이 2018년 3월 방북 후 대북 특사단 자격으로 방한,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간 만남 희망 의사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던 장면과 일면 오버랩되기도 한다. 북미간 국면 전환의 신호탄이 됐던 당시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수락'으로 참모진들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생일축하 덕담에 더해 '+α'로 어떠한 메시지를 발신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다시금 확인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미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에서 만남에 대한 기대를 종종 표현해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원론적이나마 '적절한 때에 다시 만나자'는 언급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하며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를 통해 탈선방지를 시도하는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은 미국이 북한의 도발 '디데이' 중 하나로 주목했던 시점이기도 하다.
다만 북한이 요구해온 '새로운 셈법'에 대한 구체적 '화답'이 포함됐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전달이 북미간 물밑 소통 가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 전달은 김 위원장 달래기를 통해 추가 도발을 방지, '대북 리스크'에 대한 상황관리에 나서는 한편으로 대이란 강경대응 기조와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한 차별화된 해법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는 유화의 제스처를 보낸 차원도 있어 보인다.
미국의 솔레이마니 살해와 관련, 북한에 대한 우회적 경고 의미도 담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온 가운데 북한을 일단 안심시키면서 대이란·북한 대응 분리 기조를 분명히 한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이 소개된 직후에도 김 위원장을 '약속을 지키는 사람'으로 추켜세우며 비핵화 약속에 대한 신뢰를 거듭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이 예고한 '성탄절 선물'에 대해서도 '예쁜 꽃병'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말을 반복해왔다.
연초부터 북한·이란 양대 난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솔레이마니 제거 후폭풍으로 인해 중동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 문제까지 악화할 경우 대선을 앞두고 대외적으로 양갈래 전선이 형성되면서 그 대처에 힘에 부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탄핵의 격랑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최고의 외교 치적으로 꼽아온 재선의 길목에서 대북 성과가 물거품 되는 일은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경고성 발언도 함께 발신해온 만큼, 북한의 추가 행동에 따라 얼마든지 강경 기조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살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지난 2일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라는 전제를 달아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검토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북미가 접점 없이 북한이 제시한 '연말시한'을 넘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톱다운 모멘텀 마련에 나섬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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