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현장] ④'중국몽의 아킬레스건' 대만 문제

입력 2020-01-12 07:00  

[中 일대일로 현장] ④'중국몽의 아킬레스건' 대만 문제
'중국 속 대만' 진먼다오, 분단의 상징서 양안교류 상징으로
샤먼∼진먼다오, 소삼통 정책으로 30분 간격으로 페리 운항
차이잉원, 시진핑 '대만 압박' 속 재선성공…양안갈등 이어질듯

(샤먼=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는 '대만의 섬'이 있다. 바로 진먼다오(金門島)다.


진먼다오는 다진먼다오(大金門島)와 샤오진먼다오(小金門島)로 나뉘어 있다. 대만 본섬과는 2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샤먼과는 불과 몇 ㎞ 이내의 거리에 있다.
샤먼시 다덩다오(大嶝島)까지 짧게는 1.8㎞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마치 우리나라의 백령도와 같은 섬이다. 크기는 151㎢로, 백령도의 약 3.3배에 달한다. 등록 인구는 13만명가량 되지만 실제 이 섬에 거주하는 인구는 6만명 정도라고 한다.
'중국 속의 대만'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중국과 대만, 즉 양안(兩岸)의 분단을 상징하는 곳이다.
진먼다오는 냉전의 산물이다. 중국 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퇴각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군이 중국 본토를 회복하고 대만을 사수하기 위해 진먼다오를 군사 거점으로 삼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진먼다오를 빼앗으려고 대규모 포격전을 벌인다. 특히 1958년 유명한 '8.23 포격전'을 시작으로 1978년까지 20년가량 수백만발의 포탄을 진먼다오에 쏟아부었지만, 진먼다오를 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진먼다오는 현재 중국과 대만, 즉 양안 간 '평화와 교류의 상징'으로 변했다.
중국과 대만이 2001년 소삼통(小三通: 통항·교역·우편 거래)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양안은 2001년부터 진먼다오, 마쭈다오(馬祖島) 등 중국 해안에 인접한 대만 외곽 섬과 푸젠성 간 교류를 허용하는, 소삼통을 실시하고 있다.
이어 2008년부터 전면적인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신(通信)을 실현하는 대삼통(大三通)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일대일로 현장 취재에 나선 10여개국 기자단은 샤먼과 진먼다오 간 페리(여객선)를 운항하는 샤먼 우퉁페리터미널(五通客運碼頭)을 찾았다.
우퉁페리터미널과 진먼다오 사이에는 30분 간격으로 페리가 오간다.
페리 운영사인 샤먼해안유한공사(廈門海岸有限公司)의 우진스(吳金獅) 씨는 "우퉁페리터미널과 다진먼다오 수에이터우(水頭) 페리터미널 간에는 평일에는 18편, 주말에는 20편을 운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페리터미널 간 거리는 약 9.7해리(1해리는 1.852㎞)에 달한다"면서 "페리는 약 30분이면 상대편 터미널에 도착한다"고 설명했다.
샤먼과 진먼다오 두 페리터미널을 통해 오간 연인원은 약 174만여명에 달했다고 우 씨는 전했다.


우퉁페리터미널 측은 취재단에 대해 페리터미널 안의 보안지역까지 들어가 여행객이 입·출경 수속을 거쳐 페리에 탑승하는 장면을 취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취재단은 진먼다오로 떠나는 여행객과 진먼다오를 출발해 샤먼에 도착하는 여행객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우퉁페리터미널에 내려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내 다른 곳으로 여행할 승객들은 이 곳 터미널에서 짐을 부칠 수도 있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는 2016년 5월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집권한 이후 악화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방식을 적용해 양안 통일을 달성하려 하지만, 차이 총통이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하나의 중국'을 앞세워 강온 양면책으로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시 주석은 작년 1월 2일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고 양안 통일을 위한 무력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중국은 대만해협 부근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등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 외교적 압박도 가하고 있다.
차이 총통 취임 이후 엘살바도르, 솔로몬제도 등 7개국이 대만과 단교하면서 현재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는 15개국에 불과하다.
중국은 작년 8월부터 본토 주민의 대만 자유여행을 금지했다. 2018년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개인 관광객은 약 107만명이다. 대만 여행업계는 중국의 '여행 제재'가 계속될 경우 1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중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있으며, 대만인 다수도 이러한 차이 총통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차이 총통이 11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후보를 큰 표 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중국의 압박이 오히려 차이 총통에 호재로 작용한 양상이다.


또한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일국양제의 한계를 드러낸 홍콩 시위사태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이 총통은 지난 10일 총통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홍콩의 젊은이들은 생명과 피로서 일국양제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대만의 젊은이들이 그들에게 민주·자유의 가치가 일체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호소한 바 있다.
홍콩 사태를 거론하면서 일국양제를 수용할 경우 민주와 자유, 주권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한 차이 총통의 호소에 유권자들이 호응했다는 얘기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일국양제를 바탕으로 양안 통일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려는 시 주석에게는 대만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문제 전문가는 "대만 문제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건 시진핑 주석에게 최대 걸림돌"이라면서 "중국몽(中國夢)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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