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자산가들도 피해…투자심리 '냉각'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국내 사모펀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400조원을 돌파하며 계속 불어난 사모펀드 수탁고(설정액)가 올해 들어서는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사모펀드 설정액은 411조2천522억원으로 지난해 연말의 412조4천90억원보다 1조1천568억원 줄었다.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11월 말 405조6천413억원에서 12월 한 달 만에 6조7천700억원가량 늘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2일 하루 3천억원이 줄었고 3일에는 6천500억원이 빠져나갔다.
2018년 말 333조2천194억원에서 지난 한 해 79조원이나 늘어 매월 평균 6조6천억원씩 불어난 사모펀드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최근 급격히 꺾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지난 한 해 동안 19조4천415억원 느는 데 그친 공모펀드 설정액은 이달 들어 9일까지 채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18조4천203억원이 늘어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1조5천억원 규모의 펀드 상환과 환매를 중단한 이후 일반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 측은 환매 중단을 선언할 당시 투자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원금은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최근 펀드 회계 실사 과정에서 원금 손실 규모가 40%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모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지난해 11월 잠적했고, 12월 말에는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 중 하나인 무역금융펀드의 주요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가 다단계 금융사기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라임 역시 사기 혐의를 받게 됐다.
이렇게 파문이 점점 커지면서 사모펀드에 투자하면 원금 손실을 크게 볼 수 있다는 불안감과 사모펀드 운용·판매회사들의 도덕적 해이, 사기 가능성 등에 부정적인 인식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라임 펀드가 모 증권사의 서울 반포지점에서 상당 규모로 판매돼 해당 지점을 이용하던 고액 자산가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인 개인 자산가들이 등을 돌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투협 관계자는 "아직 사모펀드 수탁고가 크게 줄어든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다"며 "다만 앞으로 사모펀드의 적격 투자자 요건이 강화돼 최소 투자 금액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되는 규제안이 시행되면 사모펀드 판매와 운용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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