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강제 철군시 미국 내 이라크 연준 계좌 동결"(종합)

입력 2020-01-12 17:12  

"미군 강제 철군시 미국 내 이라크 연준 계좌 동결"(종합)
WSJ "미 국방부, 이라크 총리실에 경고 전달"
"자금 경색 초래해 경제에 충격…이라크인들 사이 불안감 엄습"
이라크, 미군 철수 대비해 러시아 대공 미사일 구매 검토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미국이 11일(현지시간) 이라크가 자국 내 주둔 중인 미군을 강제로 철수시킬 경우 미국 내 이라크 중앙은행 계좌 동결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라크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이라크의 미 연방준비은행(연준·FRB) 계좌에 대한 접근권 차단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미국의 경고는 지난 8일 이라크 총리실에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 지난 3일 이라크에서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하자 이라크가 반발하는 데 대한 조치다.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고 "외국 군대가 우리의 영토와 영공, 영해를 어떤 이유에서든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며 이라크 내 미군(약 5천300명)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구속력이 없는 의결이지만 이라크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도 동의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재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에 반대했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이번 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군의 안전한 철군을 위한 협상을 요구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슬람 극단 세력 제거를 위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연준 계좌를 차단할 경우 이미 허약한 이라크의 경제가 더욱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이라크 중앙은행 계좌에 얼마가 들어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약 30억 달러(약 3조 4천845억 원)가 예치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연준 계좌를 통해 석유 판매 대금을 포함해 정부 재정을 관리 중이다. 이에 따라 계좌가 동결되면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고 자금 경색을 초래해 경제 운용 능력이 제약받게 된다.
미 국무부와 이라크 총리실 등은 연준 계좌 동결 위협에 대한 WSJ의 입장 표명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계좌를 봉쇄할 경우 이라크가 현실로 직면할 경제 위기는 심각할 전망이다.
실제로 2015년 이라크를 거쳐 이란과 이슬람 극단 세력에 자금이 흘러 들어간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연준 계좌를 수주간 봉쇄하자 이라크 경제는 심한 압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또다시 미국의 대(對)이라크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자 1990년대 유엔의 금수 조치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이라크인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경제적 여파와 함께 일부 시아파를 포함한 이라크 정치권에서는 미군 철수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다시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문은 "많은 이라크 정치인들은 미국이 압둘-마흐디 총리 집권 중 이라크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한 이란에 대해 견제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달러가 다시 이란으로 흘러 들어가 적대 세력을 키워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라크는 미군이 철수하는 상황에 대비해 러시아제 'S-400' 대공 미사일 구매를 검토 중이라고 WSJ가 전날 보도했다.
러시아는 중동 지역 진출을 확장하면서 이라크와 미국 양국의 틈을 벌리는 전략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라크 의회 안보·국방위 소속 카림 엘아이위 의원은 "러시아와 미사일 구매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서명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다"며 "우리가 무기를 구축하는 데 미국이 협력하지 않아 실망감을 안겼기 때문에 (러시아)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ayy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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