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요 진작에 충분한 재정 정책 여력 갖고 있어"
환율 관찰대상국 유지는 대미 무역수지 기준 3억달러 초과가 원인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재무부는 이날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 대상국으로 유지한 이유를 설명한 뒤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 대외 수요가 성장률의 3분의 1 이상을 견인할 만큼 외부에 의존했다가 2015년 이후 국내수요도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년 만에 최저치인 2.7%로 나타났다가 작년 상반기에는 대외 수요와 투자의 둔화로 계절 조정치로 1.4%를 기록해 한국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경제성장 전망의 계속된 악화를 가정할 때 좀더 강력한 거시 정책이 담보돼야 한다며 "한국은 공공 부채가 GDP 대비 35%로 상대적으로 낮아 국내 수요를 견인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고 재정정책을 거론했다.
또 2019년 예산을 9.5% 늘렸음에도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제전망도 약화했다며 국내수요 진작을 위한 선제적인 재정 정책을 재차 언급한 뒤 최근 정책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재무부는 전체 국가를 다룬 요약문에서도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로 독일, 네덜란드와 함께 한국을 언급한 뒤 성장 자극을 위한 충분한 재정 여력이 있고, 재정정책이 경기부양적 통화 정책에 대한 압력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어 "구조적 조치도 잠재 성장률을 올리는 데 필요하다"며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해소하는 포괄적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노동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가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 데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기준치를 소폭 상회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부의 판단 기준은 ▲ 지난 1년간 200억달러 초과의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 ▲ GDP의 2%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다.
이 중 2가지를 충족하거나 대미 무역흑자 규모 및 비중이 과다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기준에 걸린 것이다.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한국의 2019년 무역수지 흑자는 203억달러로 기준인 200억달러를 약간 넘었다. 과거 대미 무역흑자는 2015년 280억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2018년 180억달러까지 떨어졌다.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도 2015년 7%를 상회하며 정점을 찍었다가 점차 감소해 2018년 4.5%로 떨어지고 지난해에는 4.0% 수준으로 낮아졌다.
재무부는 이 비율이 감소한 이유로 서비스수지 적자, 무역수지 흑자 감소, 교역조건 악화 등을 꼽았지만 여전히 관찰대상국 기준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인 셈이다.
재무부는 한국의 외환 정책과 관련해선 당국이 작년 상반기 환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 GDP의 0.5%인 80억 달러의 외환을 순매도했다고 평가했다.
재무부는 한국이 작년부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 정책을 언급하며 "더 투명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보고하는 한국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호평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경상수지 기준을 구조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여건임을 고려하면 대미 무역수지가 200억달러 아래였을 경우 관찰대상국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보고서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달러 아래인 상황이 유지될 경우 차기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무부는 "한국은 2016년 상반기 환율 보고서 이후 작년 상반기 보고서를 제외하면 3가지 기준 중 2가지에 해당했다"며 "대미 무역흑자가 2018년 기준치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이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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