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블로거 "호주인, 게으르고 애국심 없어 산불 못 꺼" 논란

입력 2020-01-14 12:04   수정 2020-01-14 14:04

중국 블로거 "호주인, 게으르고 애국심 없어 산불 못 꺼" 논란
1987년 중국 산불 진화는 칭송…중국 누리꾼 환호에 일부선 비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호주에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중국의 블로거가 호주인이 게으르고 비애국적이어서 산불 진화에 실패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블로거 융보는 최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호주와 중국의 산불 진화를 비교하는 글을 올려 중국 누리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융보는 "호주인들이 세계 최고의 소방 기술을 가진 것은 맞지만, 화재 진압은 기술이 아니라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렸다"며 "호주에서는 모든 사람이 이번 산불이 자신과 관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인권과 민주주의 때문에 호주 정부와 소방대원들은 휴일을 즐기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데, 이 동안에 산불은 그 앞에 높인 모든 것들을 파괴하면서 번져간다"고 비꼬았다.
그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미국 하와이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것 등을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에 융보는 중국인들이 1987년 다싱안링(大興安嶺) 산불 때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이에 잘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다싱안링 산불은 1987년 5월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싱안링산맥 일대를 휩쓴 중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이 산불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6만 명의 소방대원을 투입해야 했다.
당시 211명이 목숨을 잃고 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00만 헥타르의 삼림이 황폐해졌다.
그는 "호주 산불이 없었다면 나는 중국이 33년 전에 그처럼 대단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소방대원 등의 헌신적인 대처로 인해 산불이 한 달 내에 진압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융보의 이 같은 주장은 중국 누리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그의 글에는 10만 개의 '좋아요'가 달리고, 중국 소방대원들을 칭송하는 수많은 댓글도 달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애국주의에 호소해 인기를 끌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00만 팔로워를 거느린 한 웨이보 블로거는 "33년 전의 국가적 비극이 이른바 '1인 매체' 작가에 의해 이처럼 중국의 위대한 승리로 탈바꿈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는 글을 올렸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다싱안링 산불을 탐사 보도한 후 '인재(人災)'라는 결론을 내려 중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중국청년보 편집자 양랑의 말을 인용해 융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양랑은 "재앙은 재앙으로 인정해야 하며, 이를 승리의 찬가로 바꾸는 것은 재앙 위에 더 큰 재앙을 쌓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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