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제재 완화 추진하는 중·러에 제재 준수 강조하며 역할 촉구 메시지
개별 관광 등 한국 정부 남북협력 구상 속 주목…미국 설득 만만치 않을 듯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14일 오전 10시께 미 재무부 홈페이지에 북한의 기업과 중국 내 숙박시설을 겨냥한 제재 조치가 게시됐다.
지난해 12월 22일자로 북한의 해외 노동자 본국 귀환 기한이 만료된 이후 재무부가 처음으로 북한의 해외 노동자 불법 송출과 관련한 제재를 꺼내 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예정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3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한미일·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잇따라 가질 예정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고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방안을 모색하는 사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대북제재 누수 방지를 겨냥한 제재조치를 내놓은 셈이다.
재무부가 폼페이오 장관의 일정을 고려해 대북제재를 단행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모색하는 미국 정부의 기본 기조가 분명하게 드러난 하루가 된 셈이다.
미 재무부의 제재가 크게 실효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시민과의 거래가 금지되는데 이날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남강무역회사와 베이징숙박소가 미국에 자산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해외 노동자 불법 송출을 통한 외화벌이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음을 환기시키며 관련국에 대북제재 이행 필요성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베이징숙박소를 제재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국에 대북제재 이행과 북한 협상복귀를 위한 역할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강무역회사가 북한 노동자를 보낸 지역으로 러시아를 지목한 것도 눈에 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차원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대북제재 준수를 압박하는 제재조치에 나선 셈이다.
재무부의 이날 대북제재는 한동안 멈춰선 북한과의 대화 시계를 남북협력 사업으로 돌려보려는 한국 정부의 구상과도 맞물려 미국에 대한 설득 작업이 만만치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가 입장차를 반복하며 좀처럼 대화의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남북협력의 영역으로 이끌고 북미대화의 접점을 마련하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14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 하에서도 할 수 있는 남북협력 사업들로 접경지역 협력과 개별 관광 등을 꼽으면서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남북협력 구상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그간 남북 간 중한 합의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제재 문제가 있다고 하면 예외 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그런 사업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가지 의견을 나눴다"면서 "미국 측에서도 우리의 그런 의지라든가 희망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별 관광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미 국무부는 한미의 단합된 대응을 강조하며 부정적 인식을 우회적으로 내비치는 논평을 내놔 한국 정부의 구상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DC를 찾아 16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면담하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문 대통령의 신년 회견에서 언급된 남북협력 구상을 설명하며 돌파구 마련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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