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보건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 세균 보호막에 해법 있다

입력 2020-01-15 15:03  

세계 보건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 세균 보호막에 해법 있다
벨기에 루벤 가톨릭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세균의 점액 생성 막으면 보호막 사라지고 내성도 약해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몸 안에 침투한 세균은 스스로 만든 점액을 이용해 일종의 '집단 보호막'을 친다.
이를 '생물막(biofilm)'이라고 하는데 구강 플라크(Dental plaque)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생물막은 종종 세균 감염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보통 항생제는 개별 세균의 활동을 봉쇄하거나 축소하는 작용을 하지만, 항생제 내성을 키우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항생제를 쓰면 이에 저항하는 세균이 세력권을 넓혀, 결국 항생제 내성이 없는 세균으로부터 주도권을 빼앗는다. 항생제를 쓰면 쓸수록 저항하는 세균이 증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균의 점액 생성을 차단해 세균총(특정 부위 세균 집합체)에 보호막을 치지 못하게 하면, 해당 세균 집단의 항생제 내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항생제와 달리 이 전략은 세균의 약물 저항을 유발하지 않아, 항생제 내성 세균을 퇴치하는 유망한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벨기에 루벤 가톨릭대(KU Leuven)의 한스 슈테나케르스 미생물·분자 시스템과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14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살모넬라균의 점액 생성을 막으면 세균총 전체가 약해져 제거하기가 쉬워진다는 걸 확인했다. 점액 생성을 차단하는 데는 자체 개발한 항균 화학 물질(antibacterial substance)을 사용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슈테나케르스 교수는 "점액 보호막이 사라지면 세균은 기계적 힘(mechanical forces)에 쓸려나갈 수 있고, 항생제와 소독약, 면역체계 등에도 더 쉽게 죽는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른바 '진화 실험(evolution experiment)'을 통해 자체 개발한 항균 물질과 기존 항생제의 내성 유발 정도를 비교했다.
살모넬라균은 기존 항생제에 신속하게 집단 저항하면서도, 연구팀이 개발한 항균 물질에는 집단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새 항균 물질에 저항하는 세균도 일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세균이 훨씬 더 많았다.
이렇게 저항하는 세균은 점액 생성 능력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만든 점액을 다른 비 내성 세균과 공유한다. 다시 말해 점액을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를 혼자 부담하는 것이다.
공짜로 보호막 혜택을 보게 된 비 내성 세균은 비축한 에너지를 이용해 더 빨리 성장하고, 집단 내 비중도 키워 간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슈테나케르스 교수는 "세균의 상호 공조를 막는 항균 치료가 실질적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면서 "우리 목표는 이 항균 물질을 약으로 개발해 임상 진료에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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