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광년 떨어진 인디언자리 '누 인디' 테스 관측 자료 활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리은하는 약 135억년 역사에서 여러 개의 주변 은하를 병합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중 하나가 왜소 은하인 '가이아-엔켈라두스'(Gaia-Enceladus)인데, 태양 나이의 두 배에 달하는 고대 별을 통해 충돌 시기를 115억년 전으로 제시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태양계 연구소'에 따르면 버밍엄대학의 빌 채플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94광년 떨어진 인디언 자리의 별 'ν(누) Indi'(HR 8515)를 통해 우리은하와 가이아-엔켈라두스 은하의 충돌 시기를 특정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누(ν)는 그리스 알파벳에서 나온 것이다.
누 인디는 태양 크기의 세 배에 달하지만 질량은 태양의 85% 밖에 안 된다. 겉보기 밝기가 천왕성과 비슷해 맨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며 이때문에 별에 관해 속속들이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
연구팀은 2018년 발사된 우주망원경 '테스'(TESS)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외계행성 탐색을 목표로 발사된 테스는 하늘을 일정 구역으로 나눠 장시간 중단없이 관측하며 별빛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별 앞을 지나는 행성의 존재를 파악하는데 연구팀도 이런 점을 이용한 것이다.
누 인디에는 딸린 행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테스가 장기간 관측한 별의 밝기로 표현된 별의 진동을 통해 누 인디의 형성 시기를 정확히 파악했다.
여기에다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정밀 시선속도 행성 추적기'(HARPS) 분광 자료와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위성 관측 자료 등을 종합해 별의 화학적 성분과 움직임 등도 분석했다.
그 결과, 누 인디의 형성 시기는 약 110억년 전으로 특정됐다. 누 인디는 지난 2006년에 약 90억년 전에 형성됐을 것이라는 추산이 제시된 적이 있으나 더 정확하게 관측된 테스 자료를 토대로 형성 시기가 20억년 더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또 분광 자료를 통해 누 인디의 금속 성분이 태양의 3%밖에 안 될 정도로 미량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그만큼 오래된 별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별의 무거운 원소는 1세대 별이 초신성 폭발로 사라진 뒤에야 출현한 것으로 돼 있다.
이와함께 별의 위치와 움직임에 관한 자료를 통해 누 인디가 우리은하 외곽인 헤일로를 구성하고 있던 별이지만 은하 간 충돌도 궤적이 바뀐 것을 확인됐다.
연구팀은 "누 인디의 궤적이 은하 간 충돌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이런 충돌이 별이 형성된 뒤에 발생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은하간 충돌이 누 인디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우리은하와 가이아-엔켈라두스의 충돌은 약 132억~115억년 전에 시작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막스 플랑크 협회'(MPS)의 바스키아 헤커 박사는 "이번 연대별 분류 결과는 은하 충돌이 우리은하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을 도울뿐만 아니라 은하 충돌과 병합이 다른 은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감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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