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해독·증거보존 위해"…젤렌스키, 메르켈에 협조 요청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주 이란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과 관련, 우크라이나 검찰이 이란 측에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넘겨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검찰청은 15일(현지시간) 보도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은 블랙박스의 적절한 해독과 사고 조사 과정에서의 증거 보존을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란 측에 블랙박스 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청은 이어 여객기 격추 사건을 '2인 이상 다중 고의적 살해'와 '자산 파괴' 등의 형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앞서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블랙박스 기록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서 "그들은(이란은) 우리에게 그것(블랙박스)을 넘겨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측의 블랙박스 요구는 이란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통해 확실한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이란 측의 손해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독일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은 "대통령은 효율적인 조사와 여객기 격추 책임자 처벌, 희생자 유족과 항공사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독일이 이 과정에 정치적으로 기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기 위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출발했던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했던 167명의 승객과 9명의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에 따르면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승무원 9명 포함), 스웨덴인 10명, 아프가니스탄인 4명, 독일인 3명, 영국인 3명 등이 숨졌다.
이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인정..."적기로 오인한 사람 실수"/ 연합뉴스 (Yonhapnews)
외국인 희생자 가운데 다수는 이란 국적도 가진 이중국적자로 알려졌다.
당초 서방의 '악의적 심리전'이라며 미사일 공격설을 부인하던 이란은 증거 자료 등을 동원한 서방 국가들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결국 책임을 시인했다.
이란 군합동참모본부는 앞서 성명에서 "사고기(우크라이나 여객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며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여객기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당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 우주군 사령관은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방공미사일 시스템 작동자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착각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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