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집에서 로이터와 인터뷰…"잔인했다"며 일본정부 또 비판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일본에서 형사 재판을 앞두고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언론에 잇달아 나와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곤 전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일본에서 18년을 보냈다"며 "나는 (일본의) 이런 잔인함과 공정성 결여, 공감 부족을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 검찰과 사법 시스템을 거듭 비판한 발언이다.
또 곤 전 회장은 일본에서 체포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주재 프랑스 대사가 자신을 찾아와 '닛산이 당신을 배반했다'고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의 인터뷰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내 집에서 진행됐으며 그의 부인 캐럴 곤(54)도 함께 했다.
캐럴 곤은 남편의 도주에 관한 질문에 "그가 (일본 탈출에) 성공해 행복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로이터는 캐럴 곤이 남편의 뺨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는 사진도 내보냈다.
곤 전 회장이 부인과 함께 외신 인터뷰에 나선 것은 레바논 생활의 여유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곤 전 회장은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12일 보도된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원래 일본에서 재판받고 싶었지만, 공정한 재판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변호권이 보장된 국가의 법원이라면 기꺼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형사재판에선 99%가 넘는 유죄판결이 나오는 점을 들면서 "일본 사법제도에 질렸다"고 말했다.
그는 르노를 상대로 퇴직수당을 요구하는 법정 싸움도 진행 중이다.
13일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최근 파리 근교 불로뉴비앙쿠르의 노동법원에 변호인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 르노로부터 25만 유로(3억2천만원 상당)의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퇴직수당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곤 전 회장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에는 레바논 정부가 자신을 일본에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불법 출국한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레바논 정부는 신병 인도에 소극적이다.
레바논 검찰은 지난 9일 곤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한 뒤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AP는 레바논 검찰의 출국금지가 곤 전 회장의 이동을 제한하지만 그를 어느 정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 정부는 그동안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레바논과 일본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레바논 정부가 일본에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인도해야 할 의무는 없는 셈이다.
곤 전 회장은 어린 시절 레바논에서 학교에 다녔고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시민권을 갖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개인용 비행기로 터키 이스탄불로 도주한 뒤 이스탄불에서 다른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이동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구속됐다가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 풀려나 사실상의 가택 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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