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한 통신회사 전 직원 소송 사례
보건장관 "판결 존중하나 직접적 관계없다는 기존 입장 유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장기간의 휴대전화 사용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리노 항소법원은 14일(현지시간) 암으로 한쪽 청력을 잃은 통신회사 텔레콤 이탈리아(TI)의 전 직원 로베르토 로메오(57)씨에게 사측이 연간 6천유로의 종신연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로메오씨는 TI에서 재직한 15년간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청각신경집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청각신경집종은 청신경에 발생하는 뇌종양 가운데 하나다.
이후 퇴직한 로메오씨는 직업병 발병에 따라 회사에서 종신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지나친 휴대전화 사용과 암 발병과의 연관성을 인정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고, 사측은 곧바로 항소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기간의 휴대전화 사용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사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로메오씨는 "휴대전화 사용 자체를 악마화시키고 싶진 않지만 그 영향을 항상 자각하며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항소심 결정을 환영했다.
로메오씨의 변호인도 "이번 판결이 이탈리아에서 휴대전화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캠페인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문은 법원 판단이 작년 8월 이탈리아 고등보건연구소(ISS)가 내놓은 연구 결과와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ISS는 당시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현재로선 휴대전화 사용과 종양 생성 사이에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연구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로베르토 스페란차 이탈리아 보건장관도 이번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에 "법원 판결은 어떤 경우든 항상 존중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탈리아 정부는 여전히 휴대전화와 암 발병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는 세계보건기구(WHO)나 ISS 등의 명망있는 국제 연구기관과 입장을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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