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쟁점, 줄줄이 '2단계 협상' 과제로 넘겨져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무역전쟁의 '휴전'을 공식화했다.
미국이 지난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관세장벽'을 세우면서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지 약 18개월 만이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중, 2년간 2천억불 미 제품 구매 / 연합뉴스 (Yonhapnews)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1,2위 경제대국이 충돌하는 현안들이 두루 합의문에 반영됐다.
2단계 무역협상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으로, 미·중이 협상 모드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민감한 현안들은 줄줄이 2차 무역협상으로 미뤄진 데다, 1단계 합의의 약속 이행 여부에 따라 언제든 분쟁이 재발할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 수입확대 가능?…벌써 '관세전쟁 재발' 회의론
중국이 얼마나 합의를 이행할지가 관건이다.
중국은 2년간 미국산 재화·서비스를 2천억 달러(231조7천억원)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96쪽 분량의 합의문에는 부문별로 구체적인 수치까지 명시됐다.
공산품 777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에너지 524억 달러, 서비스 379억 달러로 정확하게 2천억 달러의 수치를 맞췄다.
올해는 767억 달러, 내년에는 1천233억 달러로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어느 정도 미·중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지점으로도 해석된다.
'재선 행보'를 본격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오는 11월 대선까지 '2천억 달러 성과'를 앞세울 수 있고, 수입물량을 대폭 늘려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당장 올해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백악관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대독한 친서를 통해 "양측은 상호 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기 위해 무역 협정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중국의 이행 의지와는 별도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의 문제가 남아있다.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미국산 물량을 사들이지 않는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것이다.
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7∼10월 미국의 대중국 원유 수출이 월평균 722만 배럴로 2017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어서 수출을 늘릴 여지가 있다.
반면 농산물의 경우 추가구매가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론이 큰 편이다. 미·중 무역분쟁 이전인 2016년에도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200억 달러에 불과했다.
경제방송 CNBC는 전문가를 인용,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 구매 약속을 달성하려면 미국산 제품을 미친듯이 사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중 관세전쟁의 재발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측은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이행 강제 메커니즘'에 따라 관세를 재부과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의 합의사항 위반 시 90일 이내에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고, 중국은 보복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2단계 협상, 고난도 기술쟁점 산적
민감한 핵심 현안들이 2단계 협상테이블로 넘어갔다는 점도 변수다.
합의문에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등 쟁점들이 별도의 챕터로서 두루 거론되기는 했지만, 대체로 선언적인 선으로 강제성 있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미·중 경제충돌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화웨이 제재'도 이번 1단계 무역협상에선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제재와 맞물린 사이버보안 이슈 역시 2단계 무역 협상의 과제로 넘겨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거래제한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국가안보 이유를 들어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다.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적 기술이전, 화웨이 제재 등은 미·중 무역 협상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현안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의 국영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도 이번 합의문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쟁점은 '중국 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의 기술 굴기(堀起)와 관련된 가장 상징적인 이슈들이다.
AP통신은 "중국경제의 구조변화를 끌어내는 내용은 1단계 무역 합의문에 거의 담기지 않았다"면서 "앞으로의 협상에서는 가시 돋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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