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지 18개월 만이다. 중국이 향후 2년간 2017년 수입했던 것을 기준으로 2천억달러(231조7천억원) 규모의 미국 제품을 더 수입하는 대신에 미국은 중국에 추가로 부과하려던 관세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의 일부를 낮추는 것이 이번 합의의 핵심이다. 합의문에는 지식재산권과 기술이전 농산물, 금융서비스, 거시정책·외환 투명성, 교역 확대, 이행 강제 메커니즘 등 8개 분야가 담겼다고 한다. 세계 경제 대국으로 군림해온 두 나라의 전면적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경제에 드리워졌던 불투명성이 어느 정도 걷혀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첨단기술의 지속적인 우위를 통해 세계 경제 패권을 유지하려던 미국이 무역전쟁 진행 과정에서 줄곧 제기해왔던 기술이전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약속도 받아냈다. 하지만 민감한 현안들이 2차 협상으로 미뤄진 데다 1단계 합의 약속 이행 여부나, 이를 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언제든지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어 분쟁 재발 소지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확전이 전반적으로 자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중국이 앞으로 2년에 걸쳐 미국 제품 2천억달러어치를 추가로 수입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합의를 이행하려면 필요 이상의 재화나 서비스를 그야말로 '미친 듯이' 사들여야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합의 이행이 쉽지 않은 구조다. 미국이 합의사항 위반 때 90일 이내에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고, 중국은 보복하지 않기로 하는 이행 강제 메커니즘을 넣은 것도 그런 염려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교역량이 가장 많은 중국과 미국이 무역갈등을 봉합한 것은 수출 의존형 개방국가인 한국에는 전반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이번 무역 합의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글로벌 교역량이 늘어나면 우리 수출도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닥을 찍은 뒤 최근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 중국이 2년간 2천억달러어치를 미국에서 추가로 수입하면 오히려 우리의 중국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과의 경합 품목이 얼마나 겹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천억달러 가운데 우리와 경합이 예상되는 공산품이 777억달러에 그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에너지(524억달러), 서비스(379억달러), 농산물(320억달러) 등 나머지 분야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수출 관계 당국과 수출업계는 공산품 가운데서 어떤 품목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철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전반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지만 대외 변수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우리 경제의 구조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변수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산업구조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글로벌 경제의 가치사슬 체계에서 어느 나라 어느 기업과 경쟁하더라도 차별화된 우위를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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