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동남아]① '미래 시장' 놓고 한·중·일 '숨 가쁜 각축전'

입력 2020-01-19 08:00  

[이제는 동남아]① '미래 시장' 놓고 한·중·일 '숨 가쁜 각축전'

인니 철도·수도 이전 3국 자존심 대결…미얀마 신도시·산업단지 놓고도 각축
한국, 베트남 투자 1위-中, '리틀 저팬' 태국서 日 추월-日, 미얀마 SEZ 투자 선두
'신남방 정책' 지속 vs '일대일로' 강화 vs '아세안 투자 3개년'…올해도 경쟁 치열


[※ 편집자 주 =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시장이 한·중·일의 각축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이 '신남방 정책'을 앞세워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세안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중국도 기존 '일대일로'의 앞마당이었던 이곳을 미·중 무역전쟁의 리스크를 줄일 전략지로 활용하면서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습니다. '터줏대감' 격이었던 일본도 이에 자극받은 듯 아세안 투자를 늘리는 형국입니다. 오는 2030년이면 세계 4위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되는 아세안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중·일 '경제 삼국지'의 현황과 전망, 현장 분위기를 세 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장면#1. 아세안 경제 규모 1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한국의 철도공단 컨소시엄이 건설한 북부 경전철(LRT) 1단계 5.8㎞ 구간이 5개월여의 시범 운행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같은 해 3월 자카르타 도심과 남부를 잇는 15.7㎞ 길이의 지하철(MRT)을 먼저 개통했다. 이 지하철은 일본의 차관과 기술로 만들었다.
또 9월에는 일본이 자카르타에서 제2의 도시 수라바야까지 720㎞ 준고속철 건설을 따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에 앞서 자카르타에서 제3의 도시 반둥까지 142㎞ 구간 고속철도 사업을 중국에 맡겼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가 확정한 신수도 건설을 놓고도 한·중·일이 "우리가 맡겠다"며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장면#2. 2012년 시장 개방 이후로 해외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는 미얀마.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에 맞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양곤 주(州)와 '신도시 개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곤 남부 강 건너에 위치한 달라 지역에 한국형 신도시를 개발하고 싶다는 미얀마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보다 훨씬 앞선 2015년 일본은 양곤 동남 쪽에 있는 띨라와 지역에 경제산업협력 단지를 조성했고, 이를 통해 투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도 양곤 남서쪽에서 양곤 신도시 개발을 맡아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아세안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어느 경제권보다 잠재력이 큰 아세안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아시아 '3강(强)'간 혈투가 치열하다.
아세안 시장은 현재 세계 8위권이지만, 오는 2030년에는 중국·미국·인도에 이은 세계 4위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점쳐진다. 6억이 넘는 소비시장에 경제성장률이 타 경제권보다 높고 노동력도 풍부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아세안 10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6%에서 2019년 3.6%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2010∼2019년 아세안 국가들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3%로 세계 경제성장률(3.8%)보다 높았다.
한국은 현 정부 들어 신남방 정책을 기치로 내걸고 아세안과 접촉면을 급속히 늘렸다. '사드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 시장에 올인하는 게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집중 펼쳐 온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충격파를 상쇄할 해법을 이곳에서 찾고 있다. '터줏대감' 격인 일본도 한국과 중국을 의식하며 비제조업 부문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중·일은 최근 수년간 아세안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2018년 3국이 세계의 대아세안 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로 2010∼2012년 평균 19.7%보다 4.9%포인트 늘었다. 중국이 6.0%에서 8.0%, 일본이 11.4%에서 12.4%, 한국이 2.4%에서 4.3%로 각각 증가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경제 영토를 넓히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한·중·일 삼국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 '후발주자' 한국, 신남방 정책 앞세워 '추월' 노려 = 한국은 아세안에서는 후발 주자다. 한국의 교역은 미국과 중국, 일본 중심이었다. 그러나 아세안과 관계를 4강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이른바 '신남방 정책'이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2018년 한-아세안 상호 교역액이 1천6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고, 지난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10월 현재 한국의 아세안 수출·수입 규모는 각각 전 세계 시장에서 17.7%와 11.3%로 성장했다.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트라가 작성한 2014~2018년 아세안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 현황을 보면 10개국 중 한국이 상위 5위 내 드는 나라는 캄보디아(3위), 라오스(5위), 미얀마(5위), 베트남(2위) 등 4개국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베트남에서는 투자를 위해 등록한 외국 자본 380억2천만달러(약 44조2천550억원) 중 한국이 79억2천만달러(약 9조2천180억원)로 전체의 20.8%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필리핀 시장의 경우, 한국이 해외직접투자(FDI)에서 2018년 11위에 그쳤지만 2019년에는 7월까지 7천81만달러(약 822억원)를 투자, 4위로 올라섰다.
미얀마의 경우에 한국은 제6위 투자국이지만, 총사업비는 1천311억원 규모의 LH 산업단지와 달라 신도시 등 대형 프로젝트로 인해 향후 투자액 증가 예상된다고 코트라 양곤 무역관은 전망했다.
아세안에 대한 한국의 투자 증가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 건립이다. 총투자비 15억5천만달러(약 1조8천230억원)를 투입해 인도네시아 90% 등 동남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 업체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 '일대일로 앞마당' 아세안에 무역전쟁 피해 투자 늘리는 중국 = 아세안은 중국 정부의 역점 정책인 '일대일로'의 앞마당이다. 사회기반시설은 물론 개발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왔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과 장기간 계속된 무역전쟁의 돌파구를 아세안 시장에서 찾고 있다.
'리틀 저팬'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의 경제 영향력이 큰 태국에서 지난해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투자액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대표적이다.
태국 투자청(BOI)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투자액은 2천620억 바트(약 10조372억원)로 일본의 731억 바트(약 2조8천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많았다. 3위를 차지한 홍콩의 투자액 363억 바트(1조3천900억원)까지 합하면 '화교 자본'은 무려 3천억 바트 가까이 태국에 투자한 셈이다.
두엉짜이 아사와친따칫 BOI 사무총장은 " 미·중 무역 갈등을 피하려는 중국 자본이 태국 정부의 인센티브에 고무돼 투자한 것"이라며 "차세대 자동차·디지털·로봇 등 12대 미래산업 분야에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도 상황이 비슷하다. 필리핀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은 2018년 1억9천868만달러(약 2천300억원)로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으나, 2019년에는 7월까지 1억달러(약 1천100억원)를 쏟아부으며 1위를 차지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베트남도 중국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지역이다.
2018년만 해도 중국의 투자액은 479건에 16억6천25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28건 30억2천300만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 '터줏대감' 일본, 중국 견제·한국 의식…투자 강화 = 일본은 민간투자 외에도 재정이나 기반 시설이 취약한 특성을 감안,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아세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왔다.
예컨대 일본은 지난해 9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팔루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280억엔(302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코트라 양곤 무역관도 "일본은 대미얀마 투자 순위는 낮지만, 이는 싱가포르 및 태국 등을 통한 우회 투자와 ODA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도 한·중의 적극 공략을 의식, 투자를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미얀마 투자기업청 통계에 따르면 2018~2019 회계연도에 띨라와·다웨이 특별경제구역(SEZ)을 중심으로 일본의 투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이 기간 FDI 규모는 3억6천228만 달러(약 4천314억원)였는데, 이 중 일본이 36%를 차지해 전체 1위였다.
교도 통신 경제 부문 자회사인 NNA가 지난해 11~12월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2020년 투자 유망 국가로 베트남이 무려 42.1%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2위 인도(12.2%)에 이어 3위는 미얀마가 전년보다 세계단 상승하면서 3위(11.6%)에 올랐다. 인도네시아가 6.6%로 뒤를 이었다.
지난 10일 소프트뱅크 그룹을 이끄는 재일교포 3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신수도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도 올해 일본 기업의 아세안 공략 의지를 상징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올해도 '아세안 삼국지' 지속 = 임성남 주 아세안 대표부 대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 아래 남중국해 및 미국과 패권 경쟁에서 우호 세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안보적' 차원에서, 일본은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을 기초로 '경제적인 시각'에서 각각 아세안을 바라보고 집중하는 특색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임 대사는 "한국은 '외교적'에 방점이 있다"며 "신남방정책 세 개 기둥인 '3P'(사람·평화·상생번영) 중 사람(People)에 중점을 두고 아세안과의 외교적 협력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사는 올해에도 '한·중·일 아세안 삼국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시진핑 주석도 일대일로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만큼 아세안과 관계에 집중할 것이고, 일본도 아베 정권이 현 노선을 바꿀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한국 역시 아세안과 관계 확대에 노력한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0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신남방과 신북방을 아우르는 전략시장 수출 비중을 2018년 기준 21%에서 3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 주석은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미얀마를 선택하고 17~18일 국빈 방문,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면서 '일대일로' 기치 아래 아세안에 대한 안보·전략적 접근을 강화할 예정이다.
일본 민·관은 올해부터 3년 동안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투자·융자 방식으로 총 30억 달러(약 3조5천억원) 규모의 경제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해 말 보도했다.
임 대사는 아세안 공략을 위한 조언으로 "아세안에서는 우리의 신남방정책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지속 가능하냐'는 의구심도 있다"면서 "지속성을 갖고 끈기 있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국가들의 다양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도 아세안 전체와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