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탄섬 해군기지 앞바다에 'DL릴리호', 'CH벨라호' 억류 중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한국인 선장·선원을 태운 선박 두 척이 인도네시아 해군에 억류된 사건과 관련해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의 영사가 16일 오후 현장으로 출발했다.
사건·사고 담당 영사는 자카르타발 비행기를 타고 바탐섬에 도착해 인도네시아 통합군(해군)으로부터 기지 방문·면담 승인을 기다리고 다음 날 빈탄섬으로 이동한다. 대사관의 무관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해군 관계자와 만나 한국 선박이 조속히 풀려날 수 있도록 요청하는 한편 억류된 선박을 직접 방문해 한국인들의 선상 생활을 파악할 계획이다.
전날 연합뉴스가 단독 보도한 대로 파나마 국적의 액화석유가스(LPG) 수송선 'DL릴리호'와 한국 국적의 화물선 'CH벨라호'가 각각 작년 10월 9일과 올해 1월 11일 인도네시아 빈탄섬 북동쪽 영해에 닻을 내렸다가 인도네시아 해군에 나포됐다.
DL릴리호에는 한국인 선장·선원 9명, CH벨라호에는 한국인 선장·선원 4명이 인도네시아인 선원들과 함께 타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해당 선박들을 빈탄섬 서부 해군기지 앞바다에 정박시킨 상태다.
DL릴리호와 CH벨라호의 선장·선원들은 육지에 내리지 못하고 배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DL릴리호의 탑승자들은 석 달 넘게 배 안에서 생활하며 불편을 겪고 있다.
DL릴리호 선원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사 측에서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곧 나갈 수 있으니 조금만 참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 당국자와 면담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두 배의 선사는 "정부가 관여하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한국 해수부와 외교부에 나서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DL릴리호의 경우 석 달이 넘게 풀려나지 못했고, 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작년 12월 5일 DL릴리호가 나포됐다고 인도네시아 외교부의 공문이 오자 같은 달 11일 영사를 현지로 보냈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선박을 방문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DL릴리호 선사 측은 "금명간에라도 풀려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재판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단기간에 풀려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선사 측이 책임지고, 한국 정부가 힘을 보태 한국인 선장·선원부터 풀려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H벨라호 역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인도네시아 당국이 외교 공문 발송 등 공식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르네오섬 인근 남중국해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을 두고 중국과 분쟁 중이며, 이달 8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직접 나투나 제도를 방문하는 등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키는데 관심을 집중한 상황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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