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로 큰불 막는다"…호주 원주민 산불예방 '지혜' 재조명

입력 2020-01-17 11:50   수정 2020-01-17 11:52

"작은 불로 큰불 막는다"…호주 원주민 산불예방 '지혜' 재조명
덤불에 자주 잔불 내는 방법으로 대형 화재 예방 효과 거둬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석 달 넘게 화마와 씨름하는 호주에서 작은 불로 큰불에 맞서는 원주민의 '지혜'가 산불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기술로 재조명 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1년에도 수백번씩 덤불에 작은 불을 붙여 태우는 방식으로,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호주 북부 원주민의 오랜 관습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주 북부 원주민 거주지역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는 이 화재 예방 프로그램은 숲속에 산재한 덤불에 작은 불씨를 옮겨 잔잔한 불을 내지만, 그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상처 하나 입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원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불을 붙이는 것은 아니다. 식물의 수명 주기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공기의 온도, 바람의 방향, 습도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불을 붙인다.

작은 불이라도 연기를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연기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원주민들은 그 정도는 감당할만한 수준으로 기꺼이 수용해왔다.
2013년 호주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이 화재 예방 프로그램은 포르투갈 면적 3배에 달하는 규모의 땅을 보호하고 있다.
이 화재 예방 프로그램 덕분에 지난 10년 사이 호주 북부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산불은 절반으로 줄었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40% 감축돼 8천만달러(약 927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화재 예방 프로그램은 고질적인 실업난을 겪는 호주 북부 원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했으며, 탄소배출권 거래로 돈을 벌어들여 낙후한 지역에 학교 등 원주민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게 해 줬다.
공원 경비원으로 일하는 딘 이바르부크는 "우리의 전통과 관습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운이 좋은 일"이라며 "나라를 관리하고 변화를 만드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8세기 후반 호주에 유럽인들이 들이닥치기 전만 해도 잔불로 대형 화재를 예방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으나, 불을 무서워하는 유럽인들은 이를 금지했다고 NYT는 호주 원주민 문화를 조명한 책 '지구에서 가장 큰 땅'을 인용해 전했다.
NYT는 호주 북부 원주민의 화재 예방 프로그램이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아프리카 보츠와나 등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잦은 화재로 고초를 겪는 나라에도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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