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진 "연간 1천100만명 숨져"…"합병증인 경우 사망원인으로 누락도 많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발생하는 치명적 질환인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예상을 훨씬 웃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워싱턴 의학전문대학원 건강 계량분석평가연구소의 모흐센 나가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990년부터 2017년 사이 '전세계 질병 부담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패혈증 환자 4천890만명이 보고됐고 그 가운데 1천100만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의학학술지 '랜싯'을 통해 17일 발표했다.
전세계 질병 부담 연구는 196개 국가·영토에서 보고된 '주 사망원인' 등에 관한 통계를 담은 보고서다.
패혈증은 암, 폐렴, 당뇨병 같은 주 사망원인 282종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중등도 원인'으로 평가됐다.
패혈증은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장기 부전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치명적 질환으로, 회복되더라도 장애를 남기기도 한다.
종전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패혈증 환자 1천940만명이 발생해 530만명이 숨졌을 것으로 추산됐다.
랜싯에 공개된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기존 예상치의 2배나 되는 셈이다.
통계의 산출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서 연간 암 사망자수 960만명과 비교하면 패혈증과 연관된 사망자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나가비 박사는 "패혈증 사망자수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많아서 놀랐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이러한 차이는 종전 연구가 고소득 국가의 의료기관에서 보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된 데 반해 이번 연구는 개발도상국 병원 밖 자료도 반영됐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또 패혈증은 암이나 폐렴 같은 다른 기저질환이 악화했을 때 합병증으로 자주 발생하는데, 이 경우 패혈증은 사망원인으로 누락되는 사례도 많아 '과소 집계'되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피츠버그대학의 크리스틴 러드 교수는 "전세계 사망원인 상위 10개 질환 목록을 보면 패혈증은 아예 없는데, 집계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패혈증 사망자는 영유아 연령대에서 가장 많고 청소년기부터 감소했다가 노년기에 다시 늘어났다.
2017년 기준 5세 미만 패혈증 환자는 2천30만명이 보고됐고, 이 가운데 290만명이 숨졌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패혈증을 일으킨 원인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질환은 설사성 질환으로 파악됐고, 패혈증 사망의 주된 원인은 폐렴 등 하기도 감염으로 조사됐다.
패혈증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막대하지만 1990년과 비교하면 환자수는 37%, 사망자수는 52% 이상 각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패혈증의 신생아 발생빈도가 높고 항생제 내성이 생겼을 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패혈증 발생·사망을 줄이려면 신생아 환자 예방과 항생제 내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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