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은 동방의 예술…한국에 대한 나의 관심은 필연적"
"한국의 보수적 예술가들에 자극이 되길 바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예술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한메이린(韓美林·85)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올해 또는 내년에 한국에 현대 미술전을 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한메이린은 서화, 조각, 도예,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18일 오후 방문한 베이징(北京) 퉁저우에 위치한 한메이린 미술관은 미술관 안내판부터 중국어와 영어, 일어, 한글로 돼 있어 한국인들을 반겼다.
안내하는 직원조차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한메이린이 한국인들을 사랑하며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 미술관을 찾아와 한메이린을 만났다고 소개했다.
한메이린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 디자인을 총괄했고 문 대통령 방중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한메이린의 말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을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다소 수척한 표정의 한메이린은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한국과 중국은 동방의 예술로 엮여있고 공유할 점이 많다면서 우호를 강조했다.
한메이린은 "한국과 중국은 같은 아시아권에 있고 동방 국가라 문화적으로도 흡사한 면이 많다"면서 "따라서 한국에 대한 나의 관심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에서 서예 하는 분들이 내 작품들을 보고 특이한 서체 등에 충격을 받으면서 보수적일 줄 알았더니 너무 현대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나는 한국에 나 자신을 소개할 때 현대 예술가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활동이 한국의 보수적인 예술가들에게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내년이나 내후년에 현대 미술을 주제로 전시회를 한국에서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이 동방의 예술이라는 점에서는 가는 방향이 같다"면서 "좋은 반찬과 좋은 술이 있으니 자꾸 오시라"며 한국에 애정을 드러냈다.
한메이린은 한중 수교에 큰 역할을 했던 김하중 전 주중 한국대사와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한국과는 그림뿐만 아니라 서예 쪽도 교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청국장과 같은 냄새 나는 음식을 한국 지인들이 사줬는데 중국에는 취두부라는 비슷한 음식이 있다면서 음식과 마음이 통하면서 우호적 관계가 싹텄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예술의전당에 청동 조소 작품 '판다'를 기증한 데 대해선 "처음에는 예술의 전당 측에서 중국 화가라고 해서 산이나 꽃을 그릴 것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는데 내 작품을 보고 놀란 거 같다"면서 "다행히 내 작품에 만족해 한국인들을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메이린은 서화, 조각, 도예, 공예,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특히 중국 선사시대 암각화와 고대 역사와 자연, 불교 등을 현대와 접목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한 예술가로 정평이 나 있다.
매일 밤샘 작업을 한다는 그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학교 다닐 당시 앞뒤 교실에서 서예, 유화, 조각 등을 배워 나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문화혁명 당시 도자기 공장에서 일했던 것도 도움이 됐다"면서 수십m짜리 대형 조형물을 많이 만든 것과 관련해서는 "처음에 대형 호랑이 조각을 만들었는데 주변의 평이 좋아 이제는 78m짜리, 1천800t짜리 조형물까지 만들고 있으며 인민대회당에 걸린 내 그림은 21m짜리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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