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당시 구호품, 수년째 배포 안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허리케인과 지진 등 잦은 자연재해로 신음하고 있는 카리브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수년째 창고 가득 쌓여있기만 한 구호물품이 발견돼 주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정부는 책임자들을 잇따라 경질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누에보디아와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한 블로거가 페이스북에 생중계한 영상 하나가 푸에르토리코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영상 속에서 사람들이 남부 해안도시 폰세의 한 창고 문을 열자 그 안에 생수와 간이침대, 아기 기저귀 등 재난 구호물품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이들 물품은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이후부터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엘누에보디아는 전했다.
당시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푸에르토리코에서는 3천 명가량이 사망하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피해도 컸던 상황이어서 이후 허리케인 시즌이 돌아오면 많은 이들이 불안 속에서 지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7일 남부 지역에 102년 만의 최강인 규모 6.4의 지진이 덮치는 등 최근 연쇄 지진까지 이어져 7천 명 이상이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잦은 재난 속에 주민들은 식수와 잠잘 곳도 마땅치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창고에 분배되지 않은 구호물자가 가득 쌓여있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영상 속 창고가 있던 폰세는 진앙과 가까워 지진 피해가 큰 곳이다.
마리아 멜렌데스 폰세 시장은 창고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며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며칠 동안 물과 간이침대를 요청했다. 다른 지역까지 가서 그것들을 가져왔다"며 "구호품들이 창고 안에 있는 것을 알았다면 당장 꺼내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다 바스케스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 18일 재난관리당국 책임자를 경질했고 이어 19일에는 주택장관과 가족장관도 해고했다.
역시 창고 속 구호품의 존재를 몰랐다는 바스케스 주지사는 "남부 지역 사람들을 돕기 위해 수천 명이 희생했다. 물품들이 창고에 쌓여 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를 지시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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