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베네수엘라 정책부진의 공통원인으로 지목
"비현실적 목표·일방주의 한계에다 독재자 성향까지 오판"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완패로 마무리된다면 그 원인 분석에서 두드러질 특색은 '최대의 압박' 전략이 될 것이라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주장했다.
WP는 19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대부분 충동적이고 모순적인 행동으로 뒤범벅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트럼프 독트린'이라고 불릴만한 내용은 관세나 제재와 같은 경제적 압박을 활용해 미국의 적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에도 백악관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WP는 중국, 한국, 우크라이나, 멕시코 등등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모두 달랐고 그 결과도 다양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문은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의 경우에 명백히 '최대의 압박' 전략을 구사했고 현재 결과는 분명히 '최대의 실패'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압박 전략으로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 무기도 포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체제는 여전히 대량파괴 무기를 생산하는 데다가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까지 공공연히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탄두 실험을 벌여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WP는 확실한 사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말에는 임기 초보다 핵무기를 10여기 더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도 최대 압박 전략을 통해 이란의 정권 교체를 불러올 핵 재협상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기관 분석 결과 이란은 올해 말이면 핵무기 1개를 생산할 분량의 우라늄을 확보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WP는 전했다.
김정은 체제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거부하는 이란은 미국 대선이 열리는 오는 11월까지 중동 국가나 인터넷 공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WP는 위험은 증가한 채 새로운 핵 협상만 요원해졌다고 이 같은 상황을 요약했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최대 압박 전략이 가장 실패한 곳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로 불과 세 시간 거리의 베네수엘라라는 진단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의존하는 석유 수입을 끊으면 사회주의 정부가 붕괴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자 니콜라스 마두로 체제는 오히려 안정 단계로 접어든 모양새를 보인다. 수도 카라카스에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고, 텅 비었던 상점에도 상품이 채워졌다.
미국이 배후 지원한 야당은 의회에서 축출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계획했던 마두로 대통령 사임과 대선은 당분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비현실적 목표 설정이 가장 먼저 지목됐다.
그는 김정은 체제가 단번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이란을 상대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10여개의 굵직한 양보안을 요구했지만 이 또한 정권 교체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지적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막다른 길에 몰린 마두로 정권이 쉽게 항복하거나 똑같이 부패한 군부의 등장으로 체제가 전복될 것이라는 오판이 있었다고 WP는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실수로는 국제적 공조에 따라 외교 정책을 폈던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미국의 일방주의가 성공할 것으로 오산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중국은 북한을, 러시아는 베네수엘라를 물밑에서 각각 지원했고, 유럽의 미 동맹국들은 이란 핵 협상 폐기와 새로운 제재 부과에 반대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오판이 경제 제재가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에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여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경제적 번영을 우선순위로 놓고 있다고 여겼지만 실상 독재자들의 유일 관심사는 그들의 생존이었다고 분석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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