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중반까지 실용화 기술·디자인 산출 목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달 표면을 덮은 먼지와 흙, 돌조각 등을 일컫는 '레골리스'(regolith)는 무게의 약 40~45%가 산소로 돼 있다. 단일 원소로는 가장 많지만, 광물이나 유리 등의 산화물 형태로 붙잡혀 있어 당장 숨 쉬는데 활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달 탐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인류의 달 탐사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우주국(ESA) 산하 '우주연구기술센터'(ESTEC)는 이를 향한 첫걸음으로 달의 레골리스에서 산소를 대량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산소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달에서 가동할 수 있는 산소공장 기술을 선보이고 달에 가져가 가동할 수 있는 실물 디자인을 내놓는 것을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네덜란드 노르트베이크의 ESTEC 내 소재·전기부품 연구소에 설치된 이 공장은 달의 레골리스와 똑같이 만든 모조품을 갖고 산소를 대량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모색한다.
달 탐사 현장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인간이 숨을 쉴 수 있는 산소를 확보하면 로켓 연료 생산에도 응용할 수 있어 레골리스에서 산소를 추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됐다. 그러나 기술이 복잡하거나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등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해왔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의 화학자 베스 로맥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용융염을 전해질로 활용하는 '용융염 전해법'(molten salt electrolysis)을 이용해 산소 대량 생산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염화칼슘 용융염이 담긴 금속 용기에 레골리스를 넣고 950도까지 가열하면 전류가 흐르면서 산소가 분리돼 양극에서 추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용한 합금도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융염 전해법은 사실 영국 기업 '메탈리시스'(Metalysis)가 상업용 금속과 합금을 생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메탈리시스 방식에서는 쓸데없는 부산물인 산소를 이산화탄소(CO₂)와 일산화탄소(CO)로 바꿔 배출하는데, 로맥스 박사는 반응 용기가 산소 가스에도 견딜 수 있게 바꿔놓는 역할을 했다.
현재는 산소공장에서 생산된 산소가 배기구를 통해 그대로 배출되고 있지만 나중에 이를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레골리스는 지역에 따라 성분에 차이가 있는데, 어떤 지역의 레골리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산물로 생기는 합금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A 구조·메커니즘·소재부문 책임자인 토마소 기디니 박사는 이와 관련해, "ESA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달 상주를 염두에 두고 유인탐사를 추진 중"이라면서 "따라서 우리는 달 현장에서 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공학적 접근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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