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미국 중재 아래 양해각서 체결…"관계 개선 위한 큰 발걸음"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발칸반도의 앙숙인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1999년 코소보 내전 종식 이후 끊어진 직항로 개설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이날 독일에서 양국 수도인 베오그라드와 프리슈티나 간 직항로 복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나라는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의 중재로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직항로가 개설된다면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저가 항공 부문 자회사 '유로윙스'가 가장 먼저 취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취항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리넬 대사는 협상 타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21년 만에 직항로 개설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이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8년 베를린에 부임한 그리넬 대사는 작년 세르비아-코소보 평화 협상을 위한 특사로 임명돼 중재 역할을 해왔다.
다만, 당사국들은 이번 합의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이를 당장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선 시각차를 드러냈다.
하심 타치 코소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양국 민간 교류와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전진"이라고 평가했지만, 세르비아 당국은 직항로 복원을 위해선 관세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유럽연합(EU)이 중재한 평화 협상이 좌초한 뒤인 작년 11월 코소보가 세르비아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보복에 나선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 인구가 대다수인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3천여명이 숨지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나토의 개입으로 1999년 내전이 종식되면서 세르비아는 코소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고, 코소보는 유엔과 미국, 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2008년 독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유엔 가입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10년 넘게 서로 적대시하며 정치·경제·외교 등에서 수시로 충돌해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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