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지금까지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T면역세포가 발견됐다.
영국 카디프대학 감염·면역연구소(Institute of Infection and Immunity) 연구실장 앤드루 시웰 교수 연구팀은 갈고리 모양의 특이한 수용체를 가지고 광범위한 암세포에 달라붙어 공격하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T면역세포를 발견했다고 텔레그래프와 BBC 뉴스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이 T면역세포는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으며 폐암, 피부암, 유방암, 혈액암, 전립선암, 대장암, 골수암, 난소암, 신장암, 자궁경부암 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시험관 시험에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새로운 T면역세포는 박테리아와 싸울 수 있는 면역세포를 찾기 위해 웨일스의 한 혈액은행에서 얻은 혈액 샘플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이런 T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몰랐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그 이유는 이 면역세포가 매우 드물거나 아니면 많은 사람이 이를 지니고는 있지만, 그 어떤 이유로 수용체가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인간의 암과 인간의 면역세포를 지닌 생쥐 모델에 이 면역세포를 주입한 결과 암세포가 말끔히 사라지는 고무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또 피부암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T세포를 이 새로운 T세포의 수용체를 발현하도록 변형시킨 다음 다시 환자에 주입하자 암세포가 파괴됐다.
시험관에서 다른 암 환자들의 암세포를 이 변형 T세포에 노출시켰을 때도 똑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이 면역세포의 특이한 점은 상당히 많은 유형의 암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만능(one-size-fits-all) 면역세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특수 면역세포 은행을 만들면 이 면역세포를 보존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즉시 갖다 쓰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새로운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안전성이 확인된다면 늦어도 오는 11월에는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암 면역치료는 CAR-T와 TCR-T 두 가지다. 암 환자로부터 면역세포를 채취, 암세포 표면에 있는 분자에 달라붙도록 변형시킨 다음 증식 시켜 환자의 혈액에 다시 투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CAR-T 치료는 일부 유형의 혈액암에만 효과가 있고 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형암(solid cancer)에는 효과가 없다.
TCR-T 치료는 일부 다른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지만 암 환자에 따라 변이형이 다양한 HLA 분자에 달라붙어야 한다.
이에 비해 새로 발견된 T세포는 변이형이 적은 MR1 분자와 결합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CAR-T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카디프대학 혈액학 실장 올리버 오트만 교수는 새로 발견된 T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CAR-T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면역학 전문지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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