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해외 악재에 안방서 SUV 경쟁에 치여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기자 = 쌍용자동차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1년도 안된 사이에 시가총액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해외시장에서 악재가 겹친데다가 '안방'에서도 경쟁에 치인 여파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2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주당 2천13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천199억원이다.
9개월여 전엔 8천억원이 넘었는데 반토막도 안되는 것이다. 작년 4월 12일 기준 시총이 8천151억원이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지분 74.56%를 보유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5천225억원에 인수하고 두 차례 각각 800억원과 500억원을 증자했다.
쌍용차 주가 하락은 지난해 실적이 악화한 데다가 불투명한 미래 전망이 부각된 탓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2016년 반짝 이익을 낸 이후 11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작년에 3분기까지 손실이 2천억원에 육박했고 4분기에도 상당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쌍용차 판매는 13만5천235대로 전년에 비해 5.6% 감소했다.
내수 판매는 10만7천789대로 1.2% 줄었고, 반제품조립(CKD)을 포함한 수출은 2만7천446대로 19.7% 감소했다.
쌍용차는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티볼리가 인기를 끌고 마힌드라가 티볼리 플랫폼을 구매하며 기술료를 지급한 덕에 2016년에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희망을 키웠다.
이어 출시한 G4 렉스턴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자금이 들어오고 신차 투자가 이뤄지는 등 잠시 활기가 돌았다.
그러나 연이은 신차 출시로 인한 감가상각비 증가, 경쟁 심화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해외시장에선 지정학적 리스크로 타격을 받았다. 쌍용차는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로 빗장이 풀린 이란에서 2016년 8천대 규모의 판매 실적을 거뒀으나 다시 제재가 내려지며 수출길이 막혔다.
서유럽은 환경규제 강화로 디젤차 위주인 쌍용차에 비우호적인 여건이 됐다.
좀 더 멀리 가면 쌍용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CKD(반조립제품)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며 러시아 시장을 공략해 연 최대 8만대 수출 효과를 봤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 판매가 급감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 경쟁심화도 주 요인이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 등이 잇따라 SUV 신차를 내놓으며 쌍용차 주력 시장을 치고 들어왔다.
쌍용차는 작년에도 티볼리와 코란도 디젤·가솔린 모델 신차를 차례로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란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내년 출시한다는 계획 외에는 신차와 미래차 개발 등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직원들에게 2022년 흑자전환 계획을 위해 5천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2천300억원 투자 의지를 밝혔다. 또 포드 등 해외 유수 업체와 제휴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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