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는 투자 약속하고도 WP 때문에 냉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휴대전화 해킹 사건 배경으로 그가 소유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비판적인 논조가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베이조스가 인도에서도 WP 때문에 냉대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NYT)와 로이터 통신 등 언론에 따르면 이달 15일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 베이조스는 10억 달러(약 1조1천600억원)를 투자해 인도 중소기업의 온라인 진출을 돕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와 여권의 반응은 이례적으로 싸늘했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아마존의 투자는) 마치 인도에 호의를 베푸는 것 같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외무 분야 책임자 비자이 차우타이왈리는 베이조스가 이번 방문 기간 "21세기는 인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극찬한 데 대해서조차 이튿날 트윗을 통해 "(그 얘기는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에게 말해주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인도 정부가 힌두 민족주의를 근간으로 권위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무슬림을 차별한다고 비판해온 워싱턴포스트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이 매우 편향돼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 측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의 오피니언(사설·칼럼·독자의견) 지면 담당 에디터인 엘리 로페즈는 18일 역시 트윗에 글을 올려 "명확히 하고 싶은데, 베이조스는 기자들한테 뭘 쓰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대꾸했다.
한편 작년 5월 베이조스의 휴대전화 해킹이 디지털 감식 결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소유 계정에서 발송된 왓츠앱 메시지의 악성 파일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킹 동기로도 워싱턴포스트의 비판적인 보도가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22일 특별보고관 명의 성명서에서 "우리가 확보한 정보들은 사우디 왕세자가 '베이조스 감시'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워싱턴포스트의 사우디 관련 보도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유엔은 2018년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피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WP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WP가 사우디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점에 주목하면서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자주 한 WP를 '가짜 뉴스'라고 부르면서 사주인 베이조스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아마존은 100억 달러(약 11조6천억원) 규모의 미 국방부 클라우드 사업에서 탈락한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최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1877년 창간된 워싱턴포스트는 1973년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보도 등으로 유명하며 2013년 베이조스가 인수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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