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퍼지는데 기자회견 마스크 착용도 막는 중국

입력 2020-01-22 17:20   수정 2020-01-22 21:16

'우한 폐렴' 퍼지는데 기자회견 마스크 착용도 막는 중국
당국, 사회불안 확산 막으려다 '사태 확산' 초래 지적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기자회견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으니 벗어주세요"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우한 폐렴' 때문에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연 22일 오전.
마스크를 쓴 채로 회견 시작을 기다리던 연합뉴스 기자는 중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기자는 우한 폐렴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위생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썼는데 왜 벗으라고 하느냐고 물었지만 "기자회견장에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마스크를 쓰려면 회견장 밖의 별도 공간으로 가라"는 답만 돌아왔다.
앞자리의 중국인 기자는 이를 보고 "기자회견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데 시청자들이 마스크 쓴 기자들을 보면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해) 불안해할까 봐 그런 것 같다"면서 "오히려 기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사람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마스크를 잘 쓸 텐데…"라고 말했다.

이날 밀폐된 기자회견장에는 100명 넘는 내외신 취재진이 빽빽이 자리를 채웠지만 '마스크 금지령'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 기자는 볼 수 없었다.
중국 보건당국은 사람이 많은 장소를 가급적 피하고, 가더라도 마스크를 꼭 쓰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는 중국 우한의 기차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시민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근무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된 뒤에야 전날부터 우한 기차역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10명으로 늘어났지만, 시민들의 경계 수준은 체감상 그리 높지 않다. 거리에서는 어린이나 젊은층을 위주로 마스크를 쓴 사람이 며칠 사이 부쩍 늘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이날 출근길 베이징 지하철 안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3분의 1 정도였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주로 젊은 층이었다.

한 중년 승객은 연합뉴스에 마스크를 끼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여행이 금지되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그리 겁낼 것이 뭐가 있나"라면서 "중국이 얼마나 크냐. 우한에서 베이징까지 거리는 영국에서 독일까지 거리쯤 될 텐데 영국에서 무슨 병이 돈다고 해서 독일에서 걱정할까"라고 반문했다.
다른 승객은 "민심 흉흉해지게 이런 걸 왜 묻냐"고 언성을 높인 뒤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는 지난 18일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4만 가구가 넘는 주민이 1만4천가지 요리를 같이해 먹는 전통 행사를 강행해 주최 측이나 참가자 모두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때는 이미 우한 폐렴 첫 사망자도 나온 뒤였다.
우한시는 이 일이 문제가 된 후에야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금지했다.
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 발병 초기부터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며 8명을 법에 따라 처리해 '입단속'하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질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지금도 불안 해소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을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국가위생위원회 기자회견 마무리 발언에서도 "시진핑(習近平)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영도하에 각 지방과 부서의 공동 노력과 모든 의료진의 합심으로 질병 통제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유언비어는 듣지도 말고 믿지도 말라"는 언급이 나왔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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