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칼란트조풀로스 회장 인터뷰 "한국 정부 소비자 혼란 초래"
(다보스=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혁신 방향은 매우 분명합니다. 제품이 건강이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확실하다면, 그다음은 이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죠."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의 앙드레 칼란트조풀로스 회장은 "오늘날 필립모리스 조직의 60∼70%가 대안 담배 제품 관련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이코스'를 필두로 전자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강조했다.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칼란트조풀로스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회사 매출의 9∼10%, 지난 분기 기준으로는 수익의 19%를 전자담배가 차지하고 있다"며 "마케팅 예산의 60%가 아이코스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말보로' 등 유명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필립모리스는 201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출시하면서 회사 경영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선언했다.
담배 업체로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내세우며 기존 연초 담배에서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촉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유해성 또는 중독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태워서 피우는 연초보다 더 나은 대안인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공중보건 차원에서 대안 담배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인식을 심어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예 흡연을 시작하지 않거나 완전히 금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차선책을 내놔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럼에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018년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발표하면서 필립모리스와 날 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칼란트조풀로스 회장은 "더 나은 대안이 생기면 거기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해졌는데, 담배와 관련해서는 이데올로기적 논쟁에 막혀 그런 혜택이 없다"며 "(아이코스 같은) 대안 담배 제품 유해성이 연초 담배와 차이가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결국 소비자의 혼란만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혼란은 결국 흡연자들이 일반 연초 담배로 돌아가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규제 당국이 마음을 열고 공중보건 차원에서 편견을 버리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이코스 브랜드에 궐련형 제품 외에 액상형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니코틴 용량 제한 규제 때문에 출시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정부가 지난 50년간 담배 규제에 집중했지만, 여전히 10억명이 넘는 흡연자가 있다. 이제는 다른 접근을 할 때가 됐다"며 "필립모리스는 계속 담배 제품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성인 흡연자들이 대안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과학적 근거'를 강조했다. '과학적 근거'란 아이코스의 유해 물질 함유량이 일반 연초 담배보다 적다는 등의 자체 연구 결과를 가리킨다.
하지만 비흡연자는 물론이고 흡연자 사이에서도 이 같은 '자체' 연구 결과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더해 아이코스 등 필립모리스 제품과는 관련이 없지만 최근 미국 등에서 빚어진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은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에 금이 가게 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폐 질환 논란 이후 '전자담배가 일반 (연초) 담배만큼 해로울 수 있다고 믿는 흡연자의 비율이 45%에서 73%로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칼란트조풀로스 회장은 "대안 담배 제품에서 나오는 증기는 불로 태우는 연초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와는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한 뒤 "언젠가는 이러한 차이를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공장은 여전히 연초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제품과 조직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10∼15년 뒤에는 니코틴과 관련 없는 제품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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