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개편 구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정부와 잦은 마찰을 빚어온 세골렌 루아얄(66) 극지 특임대사가 결국 해임됐다.
시베스 은디예 프랑스 정부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외무장관이 루아얄 대사에게 사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 2007년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당(PS)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루아얄은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극지방에 얽힌 국제 문제를 다루는 극지 특임대사로 임명됐다.
그러나 극지방 영토를 가지고 있지 않은 프랑스는 극지 문제에 있어 관찰자 역할에 머무르기 때문에, 과거 유엔 기후협상을 이끈 전직 환경부 장관인 루아얄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한직'으로 여겨졌다고 NYT는 설명했다.
루아얄은 이날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들(프랑스 정부)은 내게 많은 것을 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시위대를 거리로 내몬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정책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자신의 이견을 밝히게 됐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적 분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루아얄은 지난해 12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 정부를 신뢰할 이유가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편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달래기 위해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특별 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루아얄은 전직 투자은행 은행가였던 마크롱 대통령의 출신을 짚어 "금융업계로 돌아가려는 것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본 환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루아얄에게 "대사로 남고 싶다면, 발언에 신중해야 할 의무를 지켜야 한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면 대사직에서 물러나라"며 경고했다.
그러나 이틀 후 루아얄이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프랑스 외무부로부터 받은 경고 서한을 페이스북에 공개했고, 공교롭게도 이튿날 루아얄의 공금유용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NYT는 루아얄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대응이 그의 정치 경력을 완전히 끌어내리려는 것보다는 잠시나마 루아얄의 재기를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편 루아얄은 이번 해임 건을 계기로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해 '제 3의 길'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중도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해임과 정치적 선언 시점이 맞물린 데 대해 "이제 반격할 때가 됐다"고 답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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