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김정은, 대단한 골퍼"(종합)

입력 2020-01-27 02:06  

트럼프, 첫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김정은, 대단한 골퍼"(종합)
2018년 4월 기부자 만찬서 농담성 발언…탄핵정국 속 영상공개로 뒤늦게 알려져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부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단한 골퍼"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2018년 4월 30일 트럼프 그룹이 소유한 워싱턴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기부자 만찬 행사에서 나왔다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장면을 촬영한 영상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일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정했다. 곧 발표할 것이다. 날짜도 (정했다")면서 대북 외교를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을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라는 취지로 답하며 우회적으로 거부했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게일 인터내셔널이 지분의 70%를 소유한 이 골프장은 유명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곳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김정은은 대단한 골퍼"라고 말했다.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고 일부 참석자가 "세계 최고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잭 니클라우스를 초보처럼 보이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 자리에는 니클라우스의 손자가 동석해 있어 니클라우스가 종종 화제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거 들어봤나? 그(김 위원장)는 18타를 쳤다고 한다"고 말한 뒤 "사실 18타를 친 건 그의 아버지라고 한다"고 부연했다. 모든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위원장이 골프를 즐기는지는 불분명하다. 김 위원장이 대단한 골퍼라는 발언은 김 위원장의 실력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북한의 우상화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양한 현안을 놓고 기부자들과 대화했으며 한국전쟁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도대체 어쩌다가 한국에 개입하게 된 것이냐. 우리가 어떻게 한국전쟁에 결국 참여하게 됐는지 내게 이야기해달라"면서 미국의 한국전 참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유럽연합(EU) 등도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뒷담화' 대상에 올랐다.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선 "부시 때문에 우리가 전쟁과 중동에 끌려들어가 7조 달러를 쓰고 있다. 멋진 사례다"라며 반어법을 동원해 비꼬고, 중국에 대해선 "중국이 우리를 수년간 벗겨 먹었는데 우리는 중국에 2조를 빚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WTO는 더 나쁘다. 중국이 WTO 가입 전에는 이렇게 대단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거의 2년 전 열린 이 비공개 만찬에서의 대화 내용은 상원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계기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상원의 탄핵 심판이 한창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의 지인이자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인물 중 한 명인 우크라이나 출신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의 변호인이 당시 촬영한 1시간 분량 영상을 공개하면서다.
파르나스 측은 "파르나스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그가 트럼프 대통령 및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접근 가능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이 영상을 공개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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