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요양기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방지 협조 당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네 번째 확진자는 무증상으로 입국해 공항 검역을 통과한 데 이어 이 환자가 감기 증세로 방문한 국내 의료기관도 조기차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전국 요양기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감염병 발생 지역 방문자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27일 질병관리본부와 심평원에 따르면 이날 국내 네 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은 55세 한국인 남성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방문 후 20일 입국했다.
기침이나 열 등 증상이 없어서 입국 때 공항 검역망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이어 그는 다음날인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이때 심평원의 의약품안전사용 서비스(DUR)가 정상 작동했거나 이 환자가 우한 방문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면 이 환자는 초기에 격리 조처돼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그만큼 줄었을 수 있다.
심평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입국자 명단을 활용해 지난 10일부터 감염증 발생지역 입국자 및 확진자의 접촉자일 경우 14일 동안 DUR 팝업창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전체 요양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으로 우한 등 중국 방문자는 어느 병원을 가든지 팝업 창에 감염지역 방문 환자라는 사실이 뜨고, 환자 접수와 진료 단계에서 체크된다. 우한 폐렴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보건소를 통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2차 방어막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네 번째 환자는 25일에 고열(38도)과 근육통이 생겨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하고서야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았다.
이에 따라 20일부터 24일까지 보건당국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입국 후 약 5일간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아 감시 공백이 생긴 것이다.
네 번째 환자는 26일 근육통 악화 등으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서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돼 같은 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분당서울대병원)으로 격리되고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 받았다.
이렇게 일선 의료기관을 통한 2차 방어선에 구멍이 생긴 것으로 나타나자 심평원은 모든 요양기관에 다시 한번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심평원은 전국 요양기관이 DUR 시스템으로 실시간 제공되는 '감염병 관련 국가 해외 여행력 정보제공 전용 프로그램(ITS)'을 설치,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해 감염병 확산방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해외 여행력 정보 제공 전용 프로그램(ITS)은 감염병에 신속하게 초기 대응하고 오염지역 방문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감염병 잠복 기간의 해외 여행력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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