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최대 불법난민촌 강제철거

입력 2020-01-29 02:37  

프랑스, 파리 최대 불법난민촌 강제철거
위생·인권상황 열악…지난주 소말리아 출신 난민 숨진채 발견되기도
경찰, 1천500명 강제퇴거…파리시 "정부, 난민 정식수용해 법적 책임 다해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경찰이 28일(현지시간) 파리의 대규모 임시 난민촌을 강제철거해 약 1천500명의 난민을 퇴거 조치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파리 경찰은 이날 아침 파리 북부 포르트 도베르빌리에 지역의 불법 난민촌에 경찰관들을 대거 투입, 텐트와 천막을 철거하고 98명의 어린이가 포함된 난민·불법 이주민 1천436명을 퇴거시켰다.
난민들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미리 준비된 대형 버스에 탑승했고, 이들은 수도권에 정부와 자치단체가 마련한 임시 거주 시설에 분산 수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난민수용시설의 자리가 모자라 전부 수용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포르트 도베르빌리에의 난민촌은 파리시 외곽 경계선인 외부순환도로 주변에 대규모로 들어선 천막으로 쥐가 들끓는 등 위생환경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지난주에는 이곳에 기거하던 소말리아 출신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난민촌 강제철거를 전국에서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작년 말까지 파리 시내의 모든 불법 난민 천막촌을 철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디디에 랄르망 파리 경찰청장도 이번 조치에 대해 "난민촌 철거와 재설치의 악순환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난민 신청 절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 다수는 추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권 단체와 파리시에서는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난민수용을 제한하면서 난민촌을 계속 강제철거하기만 한다면 갈 곳 없는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파리시 사회보장 담당 도미니크 베르시니 부시장은 RTL 방송 인터뷰에서 "겨울철 기상과 열악한 생활환경 때문에 이번 철거는 필요했다"면서도 "정치적 이유에 따른 난민들도 있다. 중앙정부가 난민들을 정식으로 수용해 법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이후 파리 일대에서 난민촌 강제철거는 이번이 60번째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16년 10월 영국으로 가는 길목인 북서부 해안 도시 칼레의 난민촌을 대대적으로 철거하는 등 전국에서 주기적으로 불법 난민캠프들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한때 1만명 가까운 난민이 기거했던 칼레 난민촌은 생활·보건 환경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아 '정글'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프랑스 당국이 '정글'을 전격 철거한 뒤 갈 곳 없는 난민들은 수도 파리로 몰려들어 파리 북부의 생마르탱 운하 주변을 중심으로 또다시 난민촌이 형성됐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집권 뒤 불법 이민자와 난민 수용 문제에서 보수적인 접근법을 취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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