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주차공간 절반 줄여 자전거도로 확대…친환경도시 가속화 공약
"지금도 주차 어려운데…" 반발에 파리시 "기후변화 심각…변화해야"
중도좌파 이달고, 집권당 후보 누르고 차기 주자군서 지지율 1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올해 3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파리 시내 지상 주차공간의 절반을 없애겠다고 했다.
주차공간 6만개를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대폭 늘려 파리를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에게 훨씬 더 친화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차량 이용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달고 시장은 2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의 한 자전거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월 파리시장 선거를 위한 교통 공약을 발표했다.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까지 현재 파리 시내의 총연장 1천18㎞의 자전거 도로에 400㎞ 구간을 추가하고 자전거 거치대를 10만개 확대할 방침이다.
이달고 시장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진정한 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르 파리지앵이 전했다.
특히, 자전거 도로 확대는 파리의 도로변의 지상 주차공간 6만개를 없애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현재 파리 시내 전체 지상 주차공간 13만3천개의 45%로, 면적으로 계산하면 60만㎡에 달한다.
주차공간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란 지적에 이달고 시장은 현재 차량 5만대 분량의 시내 지하주차장으로 주차를 유도할 것이라며 지하주차장들에는 사회복지시설에 배당된 전용공간이 비어있는 등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달고 시장은 이렇게 주차공간을 대폭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방식으로 2026년까지 파리의 모든 도로에서 자전거 통행권을 보장한다는 구상이다. 소요 예산은 3억5천만 유로로 추산된다.
또 파리 시내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더 우선권을 주는 방향으로 법규를 개정하고, 자전거 통행안전 전담 경찰관도 배치할 계획이다.
이달고 시장은 "(파리 교통정책의) 시즌 1을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셨는데 시즌 2도 사랑하시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달고는 현 임기 중 자전거 도로와 공유 자전거 확대, 차량 통행 제한 등을 통한 친환경 도시 전환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약에 대해 파리 시내에 거주하는 자가용 차량 보유자들이나 우파 소속 구청장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의 여성 운전자는 RTL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도 매일 주차난에 시달린다면서 "파리의 구도심 전체가 완전히 죽을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파 공화당 소속의 다니엘 시지 19구청장도 주차공간 대폭 감축 계획은 "지옥 같은 일이 될 것"이라면서 파리의 교통량을 줄이는 것은 좋지만, 파리에서 차들을 다 빼내겠다는 생각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반발에 대해 파리시의 크리스토프 나도프스키 교통담당 부시장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도로변에 수만개의 주차공간이 있는데 이를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확장, 도심 녹화에 전용할 수 있다"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며 파리를 지난 세기의 모습 그대로 박제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달고 시장은 재선되면 4월부터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교통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의견수렴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파리시장 등 자치단체장을 뽑는 프랑스 지방선거는 오는 3월 치러진다.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의 이달고는 현재 프랑스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공천한 후보를 누르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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