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환자 가족, 헬리코박터 제균하면 위암 위험 55%↓"

입력 2020-01-30 10:04  

"위암환자 가족, 헬리코박터 제균하면 위암 위험 55%↓"
국립암센터 최일주 교수, NEJM에 논문…"헬코박터균 제균효과 첫 증명"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위암 환자를 둔 가족이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하면 위암 발생 위험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위암 원인균이다. 강력한 위산이 분비되는 사람의 위(胃) 점막 상피에 기생하는 유일한 균으로, 위암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의 질병 발생에 관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최일주 교수(소화기내과 전문의)는 2004∼2011년 부모 또는 형제자매가 위암으로 진단받은 3천100명의 가족 중 헬리코박터균 양성인 1천676명에게 헬리코박터 제균약과 위약을 나눠 투여하고, 2018년까지 위암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해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최신호에 발표됐다.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국내 위암 발생자 수는 약 3만명으로 전체 암 발생 중 가장 많은 13%를 차지한다. 더욱이 위암 환자의 가족은 환경요인, 헬리코박터 감염 및 유전적 요인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위암 발생이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에서는 최장 14.1년의 추적관찰 기간에 제균약 복용군 832명 중 10명(1.2%)에서, 위약 복용군 844명 중 23명(2.7%)에서 각각 위암이 발생했다. 제균약을 복용한 그룹에서 위암 발생 위험이 55%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헬리코박터균 제균에 성공한 608명만 보면, 이 중 5명(0.8%)에서만 위암이 발생해 지속적인 감염상태를 보인 그룹의 위암 발생률(2.9%)에 견줘 위암발생 위험이 73%나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위암 환자의 가족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제균이 일반인에서도 위암 예방효과가 있을지를 검증하기 위해 1만2천명 이상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일주 교수는 "위암 고위험군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높은 수준의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진료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 내성이 있을 수 있어 치료 후에는 반드시 제균 여부를 확인해야만 위암 예방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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