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마스크 사재기'…"정작 의료진이 못쓰면 질병확산 우려"

입력 2020-01-30 11:23   수정 2020-01-30 14:50

미국도 '마스크 사재기'…"정작 의료진이 못쓰면 질병확산 우려"
미국 일부 약국서 마스크 동나고 아마존 배송에도 수주일 기다려야
에볼라 창궐 때 민간인들 사재기로 병원서 방호복 못구한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5명의 확진자가 나온 미국에서도 '마스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건강한 일반인들이 전염병 공포에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일 경우, 정작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병원과 의료진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함으로써 질병을 확산시킬 우려를 제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일부 약국에서는 마스크 재고가 동났으며, 아마존에서도 마스크 주문량이 몰려 배송까지 수 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 제조업체와 협력해 병원 내 마스크 부족 사태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CDC의 유행성 질병 담당 선임고문인 아니타 파텔 박사는 "실제 필요와 관계없이 공포에 질려 마스크를 사들이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당국이 마스크 제조업체들과 직접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CDC는 일반인보다도 호흡기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를 자주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는 의료진의 감염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캐나다 병원에서 진행된 실험에 따르면, N-95 마스크를 쓴 간호사들은 삽관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시술에도 실제 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시민들의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보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재기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 건강보장센터의 아메시 아달자 박사는 지난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당시, '타이벡 수트'라고 불리는 방호복의 민간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병원에서 이를 충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아달자 박사는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위해 비합리적인 충동구매를 할 수 있다면서 미국 보건복지부(HHS)나 CDC가 나서서 이러한 위험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앨릭스 에이자 HHS 장관도 전날 "미국에 있는 미국인의 감염 위험은 극히 낮다"면서 지금 마스크를 구매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s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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