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전세기' 탑승 자원 승무원 "내릴 때 감사 인사에 뿌듯"

입력 2020-01-31 16:29   수정 2020-01-31 23:05

'우한 전세기' 탑승 자원 승무원 "내릴 때 감사 인사에 뿌듯"
대한항공 노조 객실지부장 "방호복 빼곤 평소와 비행 포맷 똑같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주변에서 특별한 상황이 없었냐고 많이 질문하는데 승객들이 덤덤하고 차분하게 타셨고, 문제없이 잘 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피해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와 인근 지역 교민과 유학생 368명이 정부가 마련한 1차 전세기를 타고 31일 귀국했다.

이 전세기에 탑승한 대한항공[003490] 노동조합 객실지부장 A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교민들을 잘 모시고 오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내리면서 '감사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한 마디씩 해주셔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A 지부장은 이날 전세기에 탑승한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전세기 근무를 자원했다.
그는 "승무원은 신념을 가지고 일한다"며 "이번이 국가 위기 상황이기도 하고 승무원들이 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분들의 업무를 경감하자는 취지에서 지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신 배우자 외의 가족에게는 탑승 사실은 비밀로 했다고 한다.

정부 신속대응팀과 우한에 전달할 긴급 의료구호 물품 등을 실은 대한항공 KE 9883편 보잉747 여객기는 전날 오후 8시 57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해 오후 11시22분께 우한 공항에 착륙했다.
A 지부장은 "우한에 도착해서 정부 신속대응팀이 검역 준비를 위해 내린 이후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방호복을 입고 교민들의 탑승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감염 우려를 막기 위해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 등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기로 한 만큼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미리 좌석에 입국서류와 생수, 건강상태질문서, 볼펜, 이어폰을 놔두고 승객 맞을 준비를 했다고 한다.
A 지부장은 "우한 교민을 모시고 오는 특송기라는 성격이기는 했지만 키 작은 분이 짐 가지고 타면 위에 짐을 싣는 것을 도와주는 등 비행 자체만 보면 (방호복을 입은 것 외에는) 포맷 자체는 평소와 같았다"고 전했다.
"방호복을 입고 있는 게 힘들긴 했어요. 마스크 자체가 빨리 숨을 쉬면 제대로 들숨날숨이 되지 않아서 천천히 내쉬고 내뱉고 해야 돼 답답하더라구요. 그래도 했죠."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5분(현지시간 오전 5시5분)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톈허(天河)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보잉747 여객기는 이륙한 지 약 2시간 만인 오전 8시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당초 전날 오후 3시(현지시간)에 우한에서 철수할 계획이었다가 중국 당국의 허가 지연으로 출발이 미뤄진 점을 고려하면 무려 15시간 늦어진 출발이었다.
이른 비행 시간대인데다 다들 오랜 기다림에 지친 만큼 대부분의 승객은 좌석에 앉자마자 잠을 청했다고 한다.
A 지부장은 "이륙하자마자 조도를 낮춰서 쉬실 수 있게 했다"며 "비행기 뒤쪽에서 일했는데 뒤에 앉은 분들은 거의 다 주무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무원 호출 버튼이 잘못 눌려서 좌석으로 간 적은 2번 있지만 그 외에 승객들의 요구사항은 특별히 없었다고 했다.
그는 "미리 얘기를 들어서인지 기내식 문의도 없었고, 대부분 주무셔서 화장실을 가거나 하는 등의 자리 이동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밤 우한으로 전세기 1대를 또다시 투입해 남은 교민을 이송할 예정이다. 당초 우한 총영사관이 접수한 전세기 탑승 신청객은 720여명으로, 이 중에서 1차로 귀국한 368명 외에 350여명이 현지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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