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지분 31.98% vs 조원태측 33.45%…한진 경영권 분쟁 '안갯속'
조원태 체제 '위기상황' 규정후 사내이사 재선임 막겠다 의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의 공동 전선 구축이 결국 현실화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이들이 손을 잡고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향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31일 공동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전체의 경영 상황을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 문제가 현재의 경영진, 즉 조원태 체제로는 개선될 수 없다는 인식을 명확히 했다.
사실상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언급한 것은 동생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그룹의 개선을 위해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미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 측과 이달 중순 3자 회동을 수차례 갖고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사실이 알려지며 공동 전선 구축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002320]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는 것은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KCGI는 작년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 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총수 일가를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등을 맡았던 조 전 부사장이 호텔 경영에 강한 애착을 가진 반면 KCGI는 한진그룹이 계속 적자를 내는 호텔 사업 부문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들이 한배를 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이들은 "이는 그동안 KCGI가 꾸준히 제기해 온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통한 한진그룹의 개선 방향에 대해 기존 대주주 가족의 일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많은 고민 끝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새로운 주주인 반도건설 역시 그러한 취지에 적극 공감함으로써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 세 주주는 경영의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들의 공동 전선 구축이 현실화하면서 지난달 23일 조 전 부사장의 '반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KCGI가 꾸준히 한진칼[180640] 지분을 매집해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린 데다 반도건설이 최근 경영 참가를 전격 선언하며 한진칼 지분을 8.28%(의결권 유효 기준 8.20%)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만큼 조 전 부사장이 이 둘과 손잡은 것만으로도 조 회장에게 강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등을 돌리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94%에서 22.45%로 줄어든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나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델타항공 지분 10.00%, 카카오 지분 1%를 더해도 33.45%에 그친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KCGI(17.29%)와 반도건설(8.20%)의 지분을 포함해 31.98%를 확보한 셈이 된다.
이 경우 양측의 차이가 불과 1.47%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주총에서의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총에서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작년 주총 당시 "진짜 승부는 올해 주총"이라는 얘기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주총 참석률은 작년(77.18%)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캐스팅보트'를 쥔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조 회장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회장은 설 연휴 기간 이 고문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공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고문 입장에서는 선대 회장이 그룹을 일구느라 애쓴 상황 등을 모두 함께 겪은 만큼 '남매의 난'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상실로 이어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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