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때 유엔비상대응단 경험…"상황 악화 시 유사 기구 고려 필요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이런 글로벌(전 지구적)한 큰 문제가 나면 결국은 유엔이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31일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을 주제로 방콕의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에서 특강을 가진 뒤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같이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기간이던 지난 2009년 H1N1(신종플루) 바이러스와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당시 국제 사회의 협력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한 바 있다.
특히 서아프리카를 휩쓸었던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당시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정에 따라 '에볼라 대응 사령부' 역할을 하는 유엔 에볼라 비상대응단(UNMEER)이 구성돼 약 11개월간 주도적으로 활동을 펼쳤다.
반 전 총장은 인터뷰에서 특강 직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소개했다.
에티오피아 보건부장관 시절부터 알고 지내면서 개인적 친분이 컸던 터라,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WHO 및 중국 입장을 듣고 싶어 전화를 먼저 걸었고,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이후 바쁜 가운데서도 전화를 걸어왔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가 최대한 노력 중이라는 입장에 대해 자신도 같은 생각이라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서도 다짐을 받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언제쯤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금으로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H1N1 바이러스 및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겪은 유엔의 전직 수장으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초(超) 국경, 즉 국경을 넘는 일이기 때문에 국제적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WHO 사무총장에게 H1N1 때도, 에볼라 사태 때도 (국제적 협력이) 있었으니 그런 국제적 협력을 동원해야 하고, 유엔 사무총장과도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WHO의 대응이 너무 늦었고 상황 인식도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WHO 대응을 이야기하기는 그렇다"면서도 "WHO는 유엔의 하나의 전문기관이다. 에볼라 사태 때 유엔이 전체적인 권한을 갖고 대응했던 것처럼 이렇게 큰 글로벌한 문제가 나면 결과적으로 유엔이 관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더 악화할 경우, 에볼라 사태 때처럼 유엔 주도 비상대응 기구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면서 "WHO와 협의하고 여러 예산이나 조직 이런 걸 많이 동원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결과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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