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밖 봉쇄지역서 오는 교민들 길 터주기, 한 편의 드라마"
현지 남은 교민들에 대한 관심·지원도 호소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교민 철수에 애를 써 주신 분들을 보면서 국가를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차례 정부 전세기 투입을 통해 우한(武漢)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중국 후베이성 일대의 교민 700여명이 안전하게 철수한 가운데 최덕기 후베이성 한인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체류 중인 최 회장은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 외교관들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 우한에 남아 다른 국민들의 이동을 도운 교민들 등 많은 이의 헌신이 없었다면 전례 없는 700여명의 긴급 철수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700명가량의 교민이 안전한 고국 땅으로 돌아와 다행이라면서도 아직도 100명 이상의 우리 교민과 가족들이 우한과 후베이성의 봉쇄 지역에 남은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 일문일답.
-- 1∼2차 전세기 운영을 통해 700명 가까운 교민이 고국 땅을 밟았다.
▲ 국가에서 전세기까지 동원해 국민들을 무사하고 안전하게 데려온 것 자체가 굉장히 가슴 뿌듯하고 감사하다. 이 일에 임한 모든 기관에 계신 분들, 현지 총영사관 직원들이 너무 성실히 잘 해주셨다. 특히 교민 보호 담당 영사의 부인은 자기 일이 아닌데도 교민 철수 때 공항까지 남편과 함께 나가 교민들에게 간식과 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저희 가슴이 뭉클했다. 우한에 남기로 한 교민들도 숨은 공로자들이다. 일부 교민들은 직접 차를 끌고 다니시면서 철수 교민들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온 시내를 다니면서 차단 현황을 직접 파악하고 다녔다. 한인회 사무국장도 혼자 현지에 남아 며칠간 거의 잠을 못 자고 영사관을 도와 교민 안내 업무를 수행했다. 이번에 비행기 타고 온 분들이 적어도 이런 분들의 숨은 노력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분들을 통해서 국가를 느꼈다. 한 편의 감동이었다.
-- 철수 교민에 대한 국내 여론도 우호적으로 변한 듯하다.
▲ 처음에 복지부 차관이 봉변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처참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제 교민들이 들어갔을 때 반응을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한에서 온 사람을 병균처럼 취급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대체로 건강한 분들이다. 특히 전세기로 온 교민들은 이중삼중의 철저한 검역을 거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격리 상태로 2주를 보낸다.
-- 우한 바깥의 다른 봉쇄된 후베이성 지역의 교민들이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 우한 외곽 지역 길목 곳곳에 지역 주민들이 자경단이라는 걸 만들어 길을 통제하고 사람들을 막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한 외 다른 도시의 교민들이 우한으로 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인터넷 단체 대화방을 통해 어느 곳에서 길이 막혔는지를 공유하면서, 영사관에 도움을 청했다. 영사관은 해당 지역 정부 외사판공실을 통해 현지 공안이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긴급히 요청했다. 이렇게 길을 뚫은 사례가 20곳이 넘는다. 비행기야 떠서 오면 되지만 막힌 땅 길을 여는 것이 어려웠다. 영사관 측에서 잘 해결을 해줬다.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 많은 교민이 철수했지만, 우한에 남은 교민들 현황은 어떤가.
▲ 722명이 신청해 700명가량이 돌아왔다. 세 분 정도는 탑승을 원했지만 이동할 길이 없어서 스스로 포기하셨다. 나머지는 대부분 처음에 탑승하려고 신청했다가 나중에 개인 판단으로 취소한 경우들이다. 전수조사해본 결과 현재 후베이성 내 체류 인원은 총 125명이다. 앞으로 파악되는 데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중 5세 미만 영유아가 15명, 어린이가 9명, 임신부가 2명이다. 애로사항을 물어보니 부족한 물품이 많다고 한다. 어린이용을 포함한 마스크, 비상약, 체온계, 소독제, 손 세정제, 엽산 등 임신부 보조제, 분유 등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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