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기부품 어디로 갔나" 중국 적십자사 여론 뭇매

입력 2020-02-01 18:06  

"그 많은 기부품 어디로 갔나" 중국 적십자사 여론 뭇매
'성형병원에 기부 마스크 전달' 의혹…후베이 적십자사 "규격 안 맞는 물품"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대처의 일선에 있는 중국 의료기관들이 방호물품 부족을 호소한 뒤 많은 기부가 이뤄지고 있지만,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특히 질병이 가장 많이 퍼진 후베이성의 적십자사가 이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 많은 기부가 이뤄진 뒤에도 왜 의사들은 여전히 방호 물품이 부족한가. 우한(武漢)이 블랙홀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 네티즌이 후베이성 적십자사 홈페이지의 기부물품 분배정보를 바탕으로 일선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N95 마스크 1만6천개가 성형 및 임신 촉진치료를 주로 하는 민영병원에 지급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정작 신종코로나 지정의료기관인 셰허(協和) 병원은 겨우 3천개의 N95 마스크를 지급받았다는 게 SCMP 설명이다.
SNS상에서는 셰허병원이 적십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상에 기부물품을 호소했던 곳이기 때문에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후베이성 적십자사는 한 업체로부터 KN95 마스크 3만6천개를 기부받았지만 이는 방호장비로 쓸 수 없는 규격이라 해당 민영병원에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적십자사는 해당 민영병원이 "신종코로나 예방·퇴치에 참여했고, 병원에 열이 나 진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방호물품이 필요하다"고 긴급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분배목록에 'N95 마스크'로 적힌 것은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SCMP는 후베이성 적십자사로부터 해당 마스크를 받은 병원들이 신종코로나 대응과 무관하며, 신종코로나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 곳이라고 밝혔다.
후베이성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적십자사가 기부품을 병원에 전달하는 데 효율적이지 못했다"면서도 "의료진들에게 여전히 방호물품이 부족한 것은 부분적으로 이미 썼기 때문이고, 또 일부 기부품은 부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민정부는 지난달 26일 후베이성에 오는 모든 기부품은 후베이성 적십자사 등 정부의 지원을 받는 5개 자선단체를 통해 분배되도록 했다.
하지만 SCMP는 정부가 기부 물품 분배를 중앙집권화하려다 보니 병목현상이 나타난다는 의견이 학계와 자선단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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