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펠로시 보란 듯 '무죄선고 후 하원회의장 입장' 별렀지만 불발
탄핵안 부결 뒤 상원→대선 공간으로 무대 옮겨 후폭풍 이어질 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상원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대한 증인채택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운명은 현재로서는 부결이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다.
공화당의 내부 집안 단속으로 탄핵 심판의 '뇌관'으로 여겨온 볼턴 증언 변수가 소멸하면서 '최후의 절차'인 표결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상원이 증인 증언 절차를 거부함에 따라 이번 심판은 증인 없는 첫 사례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 표결 시점이 오는 5일로 잡히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오매불망 그려오던 '탄핵 무죄선고 뒤 국정연설'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무산됐다.
상원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채택한 향후 일정 결의안에 따르면 상원은 주말인 1∼2일에는 휴회한 뒤 오는 3일 오전 11시 탄핵심리 절차를 속개,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변호인단의 최종 진술을 각각 2시간씩 청취한다.
지난해 9월 24일 민주당의 조사 개시 선언으로 본격 막을 올린 탄핵 절차의 마지막인 탄핵소추안 표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다음날인 오는 5일 오후 4시에 실시된다. 3일 양측의 최종 진술과 5일 표결 사이에는 상원의원들의 본회의장 릴레이 발언 순서가 잡혔다.
공화당은 당초 지난달 31일 증인 채택안 표결 직후 탄핵소추안 표결까지 모두 끝낸다는 계획이었지만 민주당과의 막판 기싸움 결과, 시간표가 뒤로 밀리게 됐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탄핵소추안 표결 일정 연기와 관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당 중도파들로부터 '표결 전 숙고 절차' 없이 속전속결로 끝내는 방안에 대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부에서 격론이 있었다는 것이다.
탄핵 표결 일정 조율로 공화당은 '국정연설 전 탄핵안 부결'이라는 시간표는 맞추지 못하게 됐다.
민주당으로선 대선 경선 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라는 '빅 이벤트'가 열리는 3일 양측의 최종 진술이 잡혀 있어 의회에 발이 묶이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면죄부'를 받은 상태에서 '개선장군'처럼 국정연설 연단에 올라오는 것은 막아냈다. 여기에 주말 휴회 합의로 후보들이 코커스 전 마지막 주말에 아이오와 표밭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더힐은 "상원의원 대선주자들이 3일 코커스 때문에 아이오와로 돌아가길 열망했음에도 민주당은 일단 단일대오를 보였다"고 촌평했고, WP는 탄핵안 표결이 국정연설 다음날로 밀린 것을 두고 "민주당의 작은 승리"라고 평했다.
백악관은 탄핵 기간 내내 오는 4일 밤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으로 하원 의사당에서 열리는 국정연설을 탄핵 혐의에 대한 무죄 입증을 과시할 '전환점'으로 여겨왔지만, '무죄 선고를 받은 대통령'으로서 4일 밤 의사당에 입장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이제는 체념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백악관은 그동안 이번 국정연설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안 부결을 통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펠로시 하원의장 보란 듯 펠로시 의장의 근거지인 하원 의사장 안으로 걸어 들어갈 기회로 여겨왔다고 한다.
앞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하원에서 가결된 탄핵안을 한동안 상원으로 넘기지 않았을 당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죄선고를 받은 대통령으로서 국정연설을 하는 걸 막기 위한 지연 작전 차원으로 간주했다고 CNN은 전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일정을 놓고 상원에서 물밑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국정연설 전 탄핵안 표결' 입장을 견지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최대한 빨리 (표결을) 마치도록 하라"며 결국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CNN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일정 결의안 제출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승인했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국정연설 일자를 표결이 예정된 5일 이후로 다시 잡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지만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4일 국정연설을 하는 데 있어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번 증인채택안 부결 과정에서 공화당 반란표가 2표에 그친 가운데 탄핵안은 이변 없이 상원에서 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탄핵 조사 및 심판 과정을 거치면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정치적 내상'도 적잖이 입은 만큼 대선 국면에서 후유증은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보다 단단히 결집하는 효과를 낳으며 민주당에 대한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탄핵심판에서 권력을 얻어냈지만 '정치적 소송'에서는 패했다"며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한 시스템의 피해자였다는 프레임은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탄핵 부결로 워싱턴에서 더 큰 힘을 얻게 됐지만 대선 국면에서 오히려 '패배'에 취약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WP는 의회에서의 탄핵 절차가 종결되더라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의구심은 상원 본회의장에서 선거운동 공간으로 그 무대를 옮겨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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